땅집고

박원순 철퇴 맞았던 2000억 '상암 롯데몰', 10년 만에 첫 삽 기대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3.25 07:30

[땅집고] 사업 추진 10년이 넘도록 빈 땅으로 방치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 롯데몰 부지. /오종찬 기자


[땅집고] 롯데쇼핑이 10년 전 서울시로부터 2000억여원을 주고 매수했던 서울 마포구 ‘상암 롯데몰 부지’가 본격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 땅은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초역세권 입지라 알짜 부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이 곳에 롯데몰을 건립하는 사업 심의를 계속해서 보류시키는 바람에 빈 땅으로 방치돼왔다. 그러나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서북권 개발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같은 권역에 속하는 상암 롯데몰 개발사업이 덩달아 물살을 타고 있다.

■박원순에 잘못 걸린 비운의 2000억 노른자 땅…10년 넘게 개발 못 해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롯데몰 부지 위치. /이지은 기자


상암동 롯데몰 부지는 총 2만644㎡ 규모로, 롯데쇼핑이 2013년 서울시로부터 1972억원에 매입했다. 지하철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성 3개 노선이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맞붙어있는 초역세권 입지다. 롯데쇼핑은 서울시가 이 땅을 직접 판매했던 만큼 부지를 사들인 뒤 2017년까지 백화점, 영화관, 대형마트, 업무시설 등으로 구성하는 대형 복합쇼핑몰을 무리 없이 완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개발 계획을 접한 인근 상인들이 상권 침해를 내세우며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중시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2013년 9월 세부개발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상생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인허가를 거부했다. 이런 시 요구에 맞춰 롯데쇼핑은 도시계획승인에 필수적인 요건이 아닌데도 상생TF를 구성한 뒤, 2017년 3월 건물 내 판매시설 비율을 82.2%에서 67.1%로 축소하고 지역주민을 우선 채용하는 등 내용을 담은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 인근 전통시장 17곳 중 과반수인 16곳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서울시는 세부개발계획 심의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롯데몰 개발사업 일지. /이지은 기자


결국 롯데쇼핑은 서울시가 사업 심의를 장기간 미루고 있다며 2017년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패소를 예상한 서울시는 상생 협의와 관계 없이 심의를 진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소송을 취하한 뒤에도 박 전 시장이 2018년 나머지 1개 전통시장과도 합의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사업이 또다시 연기됐다.

결국 이 사안은 2019년 감사원 감사까지 이어졌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심의를 장기간 보류하면서 부당하게 사업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롯데쇼핑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봤다.

■오세훈 서울 서북권 개발 구상안에…상암 롯데몰 개발도 탄력

감사원 감사 이후 서울시는 2021년 상암 롯데몰 사업에 대한 첫 심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롯데쇼핑이 심의 결과를 토대로 마포구청에 '상암 DMC 복합쇼핑몰 지구단위계획 및 세부 개발계획 결정(변경) 제안서'를 제출했다.

앞으로 롯데쇼핑은 이 곳을 연면적 23만1000㎡(약 7만평) 규모 서울 서북권 최대 쇼핑몰로 개발할 계획이다.

[땅집고] 롯데쇼핑 상암 복합 쇼핑몰 개발 조감도. /롯데쇼핑


부동산 업계에선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서북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라 앞으로 상암 롯데몰 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마포구 상암동 일대 디지털미디어센터(DMC)의 핵심 산업군인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고도화하는 개발 구상안을 그리고 있다. DMC 인근 문화비축기지를 재개발하고, 한강을 끼고 있는 하늘공원에는 대관람차인 트윈아이(옛 서울링)을 지어 서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이런 서울시의 계획에 발 맞춰 상암 롯데몰을 쇼핑과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을 포함한 미래형 복합 쇼핑몰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쇼핑 판매 시설을 기존 계획보다 57% 정도 확대하고, 해외 유명 설계사를 선정해 건축 디자인하며, 차별화된 콘텐츠와 휴식 공간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등이다. 또 유튜버 등 1인 미디어의 활성화 추세에 따라 개인 미디어 작업이 가능한 라이브 스튜디오를 포함한 문화 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도 들어선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암 롯데몰 착공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한다. 사내 전담 부서를 마련해 상반기 중 설계사를 선정하고, 올해 안으로 건축 공동 심의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 내년 착공해 2028년쯤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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