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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대 콜로세움 똑 닮은 리조트, 해수욕장에 13년째 버려진 까닭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3.24 07:30

[땅집고] 충남 태안군 태안반도 몽산포해수욕장 인근에 로마시대 콜로세움을 닮은 대형 건물이 13년째 방치돼있다. /SBS 캡쳐


[땅집고] “바닷가에 이렇게 흉물스러운 건물이 떡하니 있으니까요, 보기도 안좋고 관광오는 사람들도 꺼려할 것 같고…”

오토캠핑장과 갯벌 체험 등 콘텐츠로 충남 태안반도 일대에서 관광객이 많기로 유명한 몽산포 해수욕장 일대 갯벌을 따라 펼쳐진 널따란 부지를 걷다 보면, 마치 로마시대 콜로세움(원형 경기장)을 연상케하는 초대형 건물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 건물에 가까이 가보면 폐허나 다름 없다. 건물을 짓다 공사를 중단된 지 오래라 빛바랜 외벽에 까맣게 때가 끼어있고, 군데 군데 녹슨 철근이 튀어나와 있어 대낮에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물씬 난다.

[땅집고] 충남 태안군 ‘유러피안 리조트’ 건물이 빛 바랜 채 까맣게 때가 타있다. /유튜브 올빼미TV 캡쳐


[땅집고] 충남 태안군 ‘유러피안 리조트’ 건물이 골조만 완성된 채 방치돼있는 모습. /유튜브 올빼미TV 캡쳐


이 건물은 대한민국 최고의 복합테마시설을 갖춘 명품 리조트를 목표로 2008년 첫 삽을 뜬 ‘유러피안 리조트’. 총 8만6942㎡로 축구장 12개와 맞먹는 부지에 워터파크와 객실 855개 규모 숙박시설 등 건물 18개동으로 구성하는 초대형 리조트다. 유러피안복합테마리조트 주식회사가 시행을, 삼부토건이 시공을 맡았다.

성흥수 유러피안복합테마리조트 대표는 사업 초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러피안 리조트가 완공되면 5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태안군 경제인구의 약 7%를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지방레저문화 시설 확충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할 것”이라며 “숙박시설과 부대 놀이시설 등에서 높은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데, 가동률을 60% 정도로 볼 때 투자자가 1억원을 유러피안리조트에 투자했을 경우 연간 1067만원(10.67%)의 높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땅집고] 충남 태안군 ‘유러피안 리조트’ 개발 구상도. /유러피안복합테마리조트


하지만 유러피안 리조트 공사는 2011년 4월에 중단된 뒤 올해로 13년째 멈춰서있다. 시행사가 공사비 1550억여원을 감당하지 못하면서다.

사업 과정에서 비리도 드러났다. 조시연 전 삼부토건 부사장이 유러피안 리조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진행하며 시행사에 지급보증을 해주고 1400억원을 대출해주는 대가로, 시행사로부터 11회에 걸쳐 12억2500만원 뇌물을 받았던 것. 결국 조 전 부사장은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삼부토건은 2000억원대 손실을 입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7500억원 융자를 받아야 했다.

결국 유러피안 리조트는 2016년 공매로 등장했다. 다행히 이 건물을 인수해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법인이 등장했다. 전체 리조트가 400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22회 공매 유찰 끝에 거래된 만큼 입찰 최저가가 최초 20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로 낮아졌다.

[땅집고] 충남 태안군 ‘유러피안 리조트’가 폐건물로 13년째 방치돼있다. /유튜브 올빼미TV 캡쳐


하지만 건물 소유권을 인수한 A법인이 투자자들과 지분 문제등으로 2년 넘게 소송전을 벌이면서 공사를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워졌다. 이후 코로나 19에 건설부동산 경기 불황까지 겹치는 바람에 유러피안 리조트가 유령 건물로 무기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A법인 측은 이 건물 때문에 매년 2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당하고 있지만, 철거 및 원상 복구하는 공사를 진행할 경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공사 재개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땅집고] 당초 숙박시설로 쓸 예정이었던 ‘유러피안 리조트’ 구성 건물들이 줄줄이 폐건물로 남아있다. /유튜브 올빼미TV 캡쳐


결국 유러피안 리조트는 아름다운 태안반도 몽산포해수욕장 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남게 됐다. 이 일대 주민들은 음산한 유러피안 리조트 때문에 지역 분위기 침체되고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태안군 차원의 대책을 원하고 있다. 이 같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박용성 태안군의회 의원은 지난해 말 “유러피안 리조트가 현 상태로 방치된다면 좌초자산으로 전락해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고, 원상복구에 따른 군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태안군 측의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건물이 민간 소유인 만큼 태안군이 건물을 마음대로 철거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행정 처분을 내릴 방법도 마땅히 없는 것이 문제다. 결국 A법인이 사업을 스스로 재개하지 않는 이상, 유러피안 리조트가 유령 건물로 무기한 방치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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