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도 안양 평촌신도시에서는 재건축 추진 시 ‘용적률 500%’라는 파격 혜택이 나왔어도, 여전히 리모델링 사업 방식의 인기가 높다. 분당신도시에서 선도지구 쟁탈전을 벌어지는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이유로 1기 신도시 평균을 상회하는 용적률과 높은 공공기여분을 지목했다. 평촌은 이미 용적률이 높아서 추가 용적률을 많이 받기 어려운데, 용적률이 늘어난 만큼 공공기여를 해야 해 소유주 부담이 가중된다는 분석이다.
리모델링은 공공기여 없이 늘어나는 가구 수를 모두 일반분양할 수 있다. 리모델링도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사례는 없다.
■ 선도지구? 그냥 리모델링 할래요~
목련2단지는 지하철 4호선 범계역 3번출구부터 단지까지 거리가 100m에 불과해 노후계획도시정비법(1기신도시특별법)을 적용받는 초역세권이지만, 리모델링을 택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목련2단지(대우선경)는 최근 리모델링을 위한 권리변동계획 확정총회를 개최했다.
195%던 용적률을 299%로 끌어올려서 최고 15층, 전용 34㎡·58㎡로 구성된 994가구를 48㎡·75㎡ 1023가구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이다. 수평증축 방식에 별동을 새로 짓는 방안으로, 총 29가구가 늘어난다.
이 단지는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며, 2022년 12월 안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행위허가(사업계획승인)를 받았다. 1기 신도시 중 6번째다.
■ 용적률 500% ‘1기신도시특별법’ 인기 시들한 이유
1기신도시특별법 11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역세권 및 상업·업무지구에서 복합·고밀개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적 상한선의 1.5배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 목련2단지는 경우 용적률이 193%로 높은 편이지만, 역세권 입지를 고려하면 추후 높은 용적률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지가 리모델링 사업을 택한 데는 높은 공공기여분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기신도시특별법은 파격적인 용적률을 제공하는 만큼,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율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받기 위한 공공기여 비율이 너무 높아서 이를 낮추지 않으면 정비사업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했다. 높은 공공이여율이 재건축 사업 활성화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다. 높은 공공기여율은 평촌처럼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에는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평촌에선 목련마을 2단지를 포함한 총 26개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다. 총 53개 아파트 단지 중 26개 단지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목련2단지, 향촌롯데 등 총 10개다.
안양에서도 선도지구 경쟁전이 열리지만, 일부 단지에 국한된 상황이다. 평촌 샛별한양5,6단지는 최근 재건축 주민설명회를 개최. 현대건설과 설계업체 건원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만안구 찔끔 떨어졌는데, 평촌 있는 동안구는 ‘뚝’
게다가 최근에는 건설자재비 인상 여파로 총 공사비가 나날이 오르는 추세다. 조합이 부담할 돈이 늘었다는 말이다. 정비사업 총 공사비는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일반분양대금으로 이어진다. 리모델링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조합 부담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목련2단지 역시 공사비 상승 여파를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전용 58㎡ 소유주들은 분담금으로 4억7900만원을 내야 한다. 2021년 추정분담금 2억8600만원의 두 배다.
이 단지 전용 58㎡ 최근 실거래가는 6억2000만원대다. 추가분담금을 감안하면 약 11억원에 30평대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
평촌신도시 인프라와 역세권 입지를 두루 갖춘 신축 아파트임을 고려하면 ‘적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올 8월 입주하는 ‘평촌트리지아’ 전용 59㎡가 6억초반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평촌신도시가 있는 경기 안양 동안구의 3월(18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3.2로, 만안구(94.2)보다 낮다. 1년 간 낙폭도 동안구(-1.67%)가 만안구(-0.89%)보다 컸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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