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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상가에 우후죽순 '유령 슈퍼'…황금알 담배판매권 노린 꼼수였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3.20 15:51

[땅집고] 한 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내부가 텅 빈 채 간판만 ‘슈퍼’라고 단 점포가 줄줄이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새아파트 상가 가봤더니 안에는 텅 비었는데, 간판은 여기도 슈퍼, 저기도 슈퍼… 대체 왜 이렇게 슈퍼가 많을까요?”

전국 곳곳 신축 아파트마다 입주 전부터 저층부 상가에 ‘OO슈퍼’, ‘XX슈퍼’ 등 간판을 달고 있는 소규모 슈퍼마켓들이 줄줄이 들어선 광경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점포에 들러보면 내부 매대에 간단한 과자나 컵라면, 음료수 몇 개만 비치해두고 계산대나 직원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즉 이런 슈퍼들은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 ‘유령슈퍼’인 셈이다. 왜 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이런 유령슈퍼가 생겨나는 걸까.

[땅집고] 담배권을 획득하기 위해 내부에 간단한 매대를 마련해둔 유령슈퍼. /연합뉴스


이런 유령슈퍼는 모두 상가 소유주나 임차인이 ‘담배권’을 따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한 점포다. 담배권이란 점포에서 담배를 팔 권리를 일컫는 말로, 정확한 용어는 ‘담배소매인’이다.

신축 상가가 생기는 권역마다 지방자치단체가 담배소매인을 새로 지정한 뒤, 이 담배소매인에게만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담배권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향후 정식으로 개업하는 편의점 등 점포 매출이 최대 40%까지 차이나기 때문에, 담배권을 획득하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편이다.

[땅집고] 담배를 판매하는 한 대형 편의점. /연합뉴스


현행 담배사업법은 편의점 간 과밀경쟁을 막기 위해 담배소매인 간 거리를 최소 50m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마다 이격거리 규정이 각각 다른데,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도 일부 지자체는 이 거리를 최소 100m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의 경우 2019년 3월부터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을 50m에서 100m로 강화한 뒤 기존에 담배권을 확보한 점주들에 대해서 5년 유예기간을 줬다. 올해 3월 유예기간이 만료되면서 앞으로는 모두 점주들에게 100m 거리 기준이 적용될 방침이다.

담배권 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적인 곳들도 있다. 역·공항·버스터미널·선박여객터미널 등 대중 교통시설, 공공기관·군부대·공장·운동경기장 등 시설, 유원지·공원 등 입장료를 내는 시설 등에선 이용 인원을 고려해 한 시설물에 담배소매인을 2명 이상 지정할 수 있다.

[땅집고] 2022년 광명시가 낸 신축상가 담배소매인 지정 신청 공고. /광명시


새아파트가 들어서면 지자체가 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담배를 팔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하는 ‘신축사악 담배소매인 지정 신청 공고’를 낸다. 점포 소유주·운영자들이 사업자등록증과 건물등기사항증명서 혹은 임대차계약서 등 서류를 지참해 공고에 신청하면, 추첨으로 한 소매인에게만 담배권을 부여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신청자들은 지자체로부터 담배권을 획득하기 적합한 점포인지를 확인하는 사실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조사 때문에 유령슈퍼들이 줄줄이 생겨나는 구조다. 지자체가 미개점 점포라고 판단한다면 담배권 추첨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최소한으로나마 간판과 매대를 겨우 채워 구색만 갖춘 유령슈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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