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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혈세 써서 빌라 쟁여두기?…정부, 2년 간 비아파트 10만 가구 매입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3.20 07:30

[땅집고] 정부가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의 전월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비(非)아파트 10만가구(전세 2만5000가구·월세 7만5000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땅집고] 정부가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의 전월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매입임대 주택 10만가구를 2년간 공급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비아파트(다가구·연립·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전세 시장은 지난해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린 이후 초토화했다. 수요자들 사이에서 ‘빌라 전세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서민 임대차 수요가 월세 또는 아파트로 옮겨갔다. 그 부작용으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이 최근 43주 연속 치솟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에 저렴하고 안전한 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가 이미 시행착오가 많았던 정책을 별다른 수정 없이 되풀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입임대 주택은 역대 정부에서 전세금이 오를 때마다 꺼내들고 나왔던 대책이다. 그동안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사들인 임대주택은 지난해 누적 기준 약 100만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이 외곽에 있거나 품질이 떨어져 공실로 방치된 경우가 많다. 기존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개선 방안이 발표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시세의 90% 수준 매입임대 ‘든든전세주택’ 공급

지난 19일 정부는 2025년까지 2년 간 공공이 주택을 매입한 뒤 무주택자에게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용면적 60~85㎡ 규모 신축 다세대·연립·도시형생활주택(비아파트) 등을 매입한 뒤 무주택 가구에 주변 전세금의 90% 수준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거주 기간은 최대 8년이다.

예컨대 서울 A구에 25평대 신축 다세대주택 전세금이 3억9000만원이라면 매입임대주택으로 공급할 땐 3억5000만원에 가격을 책정하고 임대기간을 4년에 한 번 갱신하는 방식으로 최장 8년간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기존에 지은 비아파트를 마찬가지로 시세 90%에 공급할 예정이다. 전세 보증보험을 운영하는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 주택에 대해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반환해준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 및 경매로 회수해 임대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땅집고]서울 강북구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LH 제공


두 유형은 소득과 자산 기준을 두지 않고 무주택자에게 추첨으로 공급한다. 건축 중인 주택 매입을 허용해 심사기간을 단축해 공급 속도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축 월세 물량도 마찬가지로 매입임대로 공급한다. LH가 신축 주택을 사들인 뒤 무주택 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월세를 내주는 신축 매입임대주택도 공급물량을 지난해 8000가구에서 올해 3만5000가구, 내년 4만가구로 늘린다.

■ “어디에 공급하느냐가 관건”…매입임대, 외곽에만 잔뜩 사들여 공실로 방치

기존 매입임대주택은 대부분이 외곽에 지어져 텅 빈채 방치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직주근접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청년·신혼부부에 적합하지 않은 주택을 정부가 무작정 사들여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제출한 임대주택 공가(빈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임대주택(96만5841가구) 중 4%인 3만8901가구는 빈집이었다. 이중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행복주택 단지는 전체 1464가구 중 20%에 달하는 293가구가 비어있다. 충북 청주시의 한 신축 다세대 매입임대주택단지는 전체 44가구 중 절반 이상이 비었다.

빈집으로 인해 LH 손실 규모도 커졌다. 2018년부터 5년간 임대료 손실액 총합은 1155억7000만원에 육박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매입 실적마저도 급감했다. LH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고가에 매입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매입 가격을 '원가 이하'로 강화한 데다, 건축비 상승 영향으로 신축 주택 매입도 더뎠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정부가 공급한 매입임대주택은 약 5300가구에 그쳐 목표 물량이었던 3만5000가구의 15%에 불과한 실적을 나타냈다.

이렇게 부작용이 많았던 정책을 별다른 수정 없이 정부가 재차 들고나오면서, 업계에서는 10만가구에 이르는 매입임대 주택 물량을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신축 비아파트 주택은 최근 건설 비용 급등, 금리 인상으로 인허가가 크게 급감했다. 1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4만6600가구로 2022년 같은기간 9만4141가구보다 50.5%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평균 물량보다 69.8%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선 기존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개선점 없이 성급하게 도입했다간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매입임대주택 사업 실적을 매길 때 교통 및 도심 접근성이나 주택의 품질 등 수요자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닌 호실 위주로만 평가하다보니 지방 등 수요가 떨어지는 곳에 있는 주택을 사들인 경우가 많았다”며 “매입임대주택을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기준도 보완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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