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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앞둔 여의도 시범아파트, 돌연 4억짜리 도색 진행한 까닭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4.03.18 18:22 수정 2024.03.20 16:34
[땅집고] 이달 14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인부가 단지 외벽을 칠하고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지난 14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단지 내에서는 인부들이 아파트 벽면 도색 작업에 한창이었다. 작업 중 떨어지는 페인트를 피하기 위해 단지 내 주차한 차에 비닐을 씌워놓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1971년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올해로 지은 지 50년이 넘어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다.

최근 이 단지가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이 ‘도색 작업’에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서 이례적으로 단지 외벽을 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범아파트는 지난 2022년 11월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통기획 사업지로 지정되면서 재건축을 확정했다.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면 어차피 건물을 허물어야 하고,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외벽을 굳이 새로 칠하지 않는다. 이번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에 들어간 비용은 총 3억7950만원으로 약 4억원 가까이 된다.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도색 작업을 한 것을 두고 여러 추측성 해석이 나왔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건 시범아파트 측에서 “신통기획을 철회하겠다”는 메시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오래 지연될 것으로 보여 외관 도색을 했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 단지에선 서울시 신통기획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단지 벽면에 큼지막하게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서울시의 신통기획에 속았다면서 신청하지 마라”는 내용이 담겼다.

[땅집고]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외벽에 붙은 신통기획 반대 현수막. 현재는 단지 도색 작업으로 철거한 상태다. /뉴시스


주민들은 이번 시범아파트의 도색작업은 신통기획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비가 많이 와서 도색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고, 세입자 민원이 많았던 게 최근 도색 작업을 진행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여의도 시범 아파트 주민 이씨는 “시범아파트가 몇 년 안에 철거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도색을 진행했다”면서 “집주인을 비롯해 세입자, 여의도 주변 관광객들로부터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실제로 여의도 시범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기부채납시설로 노인요양시설인 ‘데이케어센터’를 제시한 데 대해 주민 반발이 크다.

데이케어센터는 일명 ‘노인유치원’이라고 불리는 노인복지시설이다. 당초 경로당과 같은 노인여가시설이 설치될 것으로 이해했던 주민들은 이에 강하게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외부 개방 시설인 만큼 단지 내 외부인 출입이 잦아진다는 불만도 나온다.

시범아파트 인근 A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벌써 지은 지 55년이 넘은 마당에 사업이 더 늦어진다고 해도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면서 “치매센터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달가워할 수는 없고 이 문제로 종상향 등을 더 요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 여부를 두고 아파트 주민간 의견 차이도 크다. 아파트 값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범아파트 인근 B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 떨어질까봐 우려하는 젊은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정도면 데이케어센터는 못 들어올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 주도로 인허가 등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해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통상 5년 정도 소요되지만, 신통기획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면 2년 정도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반면 사업 주도권을 서울시에 내줘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정비계획에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사업성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업 득실을 따지는 과정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사업 철회를 고려하기도 한다.

[땅집고] 임대아파트 비중이 많다는 주민 반대로 신통기획 사업을 철회한 송파구 오금동 오금 현대 아파트. /네이버 지도


서울시와 재건축 단지에 사이에 신통기획 추진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면서 ‘탈 신통기획’을 선언한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신통기획 1호 사업지였던 송파구 오금동 오금현대아파트는 기존 신통기획 추진 계획을 철회하고 일반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이 단지는 신통기획 추진 당시 총 2625가구 중 임대가구가 541가구로 배정됐다. 임대주택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가 심해 결국 신통기획 사업을 접었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영등포구청과 서울시에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데이케어센터 대신 문화시설을 들여오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 설치 계획을 백지화하기 위해서는 정비계획 변경 후 다시 위원회 심의 절차 등을 다시 밟아야 한다. 서울시가 대안으로 문화시설 설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나온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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