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분쟁 집중진단 ①] 쌍용건설 "원자재값 올랐으니 증액분 달라" ↔ KT "물가 변동 배제 특약 체결했다"
[땅집고] 경기도 판교 신도시 KT 사옥. 준공 1년을 앞둔 새 건물이지만, 이곳에선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발주처의 KT가 공사비 증액을 놓고 대립하고 있어서다. 쌍용건설은 고금리에 콘트리트 등 자재비가 대폭 올랐다며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KT 측은 ‘물가 변동 특약’을 이유로 이러한 제안을 거절했다. 업계에선 발주처와 시공사 간 대립이 더욱 심화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 KT가 “공사비 더 달라”는 쌍용건설 요청 못 받아들이는 이유
18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관련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KT가 협상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시위를 연기했다. 쌍용건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에 171억 원이 추가 투입됐다며 KT가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과거에는 계약 당시 금액보다 실제 공사 금액이 올라도 건설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서 건설사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KT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체결했으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KT는 법률 검토를 통해 해당 도급 계약서 상 법적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공사비 증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KT는 현재 쌍용건설 외에도 현대건설, 한신공영으로부터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쌍용건설의 공사비를 올려주면 다른 건설사들의 제안도 줄줄이 받아줘야 하는 것이다.
KT에스테이트와 계약을 맺고 부산 초량 오피스텔을 시공한 한신공영은 141억원가량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준공을 앞둔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2 공사 과정에서 300억원가량의 추가 공사비가 투입됐다고 보고 있다. 3개 현장에서 발생한 증액 비용을 합하면 610억 원이 훌쩍 넘는다.
■ KT, 정부 조정 신청 받겠다
결국 쌍용건설과 한신공영, 현대건설 등 3사는 모두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1월에도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쌍용건설은 KT 측의 2차 답변을 대기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건설분쟁조정위는 조정 신청→조정신청 통보(피신청인)→당사자회의→조정부회의→전체회의→조정안 당사자 통보 순으로 진행된다. 조정 처리기한은 60일이며, 효력은 분쟁 당사자가 조정안 수락 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위원회 조정이 부적합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신청된다고 판단하면 조정 대상자는 해당 조정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청인은 조정 거부 사유를 들을 수 있다. 만약 분쟁 조정 중 어느 한쪽이 소를 제기하면 조정을 중지하고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서면 통보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은 강제적 효력이 없다. 조정 대상자가 거절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둔촌주공을 비롯해 다수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공사비 분쟁이 모두 한 측이 양보하는 공사비 협의로 마무리된 이유다.
업계에선 이런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자재비 등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계약 당시 사업비대로 사업을 추진했다간, 시공사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KT는 광화문 사옥 현장에서도 현대건설과 공사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은 광주 한 주상복합 현장에서 현대건설과 날을 세우고 있다. 롯데건설은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 KT 부지에 공사 중인 ‘롯데캐슬 이스트폴’ 사업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KT에 요청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기간 내 준공하지 못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 있어 준공한 뒤에 공사비 증액 요청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런 공사비 분쟁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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