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8월 만기' 임대차법이 억누른 4년 치 전세금 폭등 조짐…정부는 모르쇠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3.18 07:30

[주택시장 긴급점검 ③] 43주째 치솟은 전세금, 임대차법 4년 다가오는 올해 8월 전세시장 급등 위기

[땅집고]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해 5월 넷째 주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43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초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전세금이 급격히 하락하고, 월세가 치솟았던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빠르게 전세시장이 회복되고 있단 분석이다.

[땅집고] 전세 불안에 오피스텔 월세 100만원 넘는 거래 늘어 3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 중개사무소에 월세 100만원 넘는 오피스텔 매물 광고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올해 7월이면 임대차법 시행 4년이 도래해 신규 전월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데, 연초부터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고공행진해 전세금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 신규 거래는 집주인 마음껏 보증금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올리지 못한 임대료에 앞으로 4년간 상승분까지 더해지면서 임대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전세금이 폭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서울 전세금 43주 폭등…올해 성동·노원·은평구, 전세 수요 높아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주를 기준으로 3월 둘째주까지 서울의 전세금은 0.6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서울 전세금이 -9.7%의 변동률을 보이면서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전세금 변화. / 한국부동산원


서울에서 올해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동구(1.8%)였다. 이어 노원구(1.36%), 은평구(1.33%), 구로구(1.05%), 동작구(1.01%)로 뒤를 이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84㎡(이하 전용면적) 전세금은 이달 9억5000만원에 신규 거래가 이뤄지면서, 작년 12월보다 1억원 올랐다. 노후 단지인 행당동 서울숲삼부아파트 84㎡는 지난 1월 8억원에 세입자를 찾아 작년 9월 6억30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1억7000만원 올랐다. 이 단지는 지난 2021년 임대차2법 때 치솟은 전세금을 거의 회복했다.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79㎡는 지난 1월 전세금이 4억원을 돌파해 해당 주택형 역대 전세금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평구에서도 진관동 ‘은평뉴타운상림8단지롯데캐슬’ 84㎡ 전세금은 1월까지 4억2000만~4억5000만원 정도에 거래됐는데 2월엔 5억500만원으로 상승했다.

KB부동산 통계를 살펴보면 전세수요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가 전세사기가 불거진 지난 2023년 초에는 45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월 120까지 올라왔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범위내 움직이는데,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공급이 부족하단 이야기다.

전세금이 불안해진 요인으로는 일단 서민 주택 빌라에서 전세사기가 심각해지면서 아파트로 임대차 수요가 옮겨붙은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 불안한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자도 늘었는데,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자금이 부족한 서민은 다시 전세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임에도 여전히 높아 전세금이 오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매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하겠지만, 매수 대기자들이 이사 비용, 중개 보수 등을 고려해 전세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성동구 센트라스 84㎡는 2022년 8월 매매가격이 19억2000만원을 기록했는데,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2월 15억9000만원에 팔렸다. 이 주택은 2016년 6억원대에서 시작해 4년 만에 19억원까지 급격하게 올랐다. 현재 가격 15억9000만원은 2020년 가격이다. 매수자들 사이에선 2020년 가격도 너무 높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집주인들은 그 이하 가격에는 매매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수요자들이 전월세로 눈을 돌린단 이야기다.


■ “집값 더 오르지도 않고, 아직도 비싸”…전세 머물며 관망세 짙어져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4년이 도래하면서, 다시한 번 전세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세사기 여파, 임대차법, 금리인하, 입주물량 감소, 매매 대기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전세가격이 다시 대폭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집을 구입하는데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큰 데 비해 집값이 상승하지 않고 하락한다는 확신이 커 전세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다”며 “전세 사기 문제로 빌라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리는 점도 가격이 오르는 요인이 됐다”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임대차법 4년이 도래하는 7월 쯤에는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지난 4년간 올리지 못한 임대료에 더해 앞으로 4년간 올리지 못할 임대료 상승분이 더해지면서 전세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금은 매매가격과 항상 같이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임대차법보다는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을 더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세 계약이 금리가 오르기 전, 아파트 가격이 높았을 때 체결됐다면 이후 갱신 시기가 돌아와도 큰 변동이 없을 것이고 금리가 오르면서 매매가격이 떨어져 더 낮은 가격에 전세계약이 체결된 경우 재계약할 때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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