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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장은 계약서 꿰어야" 조합-시공사 분쟁 백전백승 비법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4.03.13 07:03

[헌집새집-초스피드 재건축 비밀 ②] "계약서 한 줄이 공사비 폭탄으로 돌아올 수도" | 장영수 강남 디에이치아너힐즈 재건축 조합장

[땅집고]장영수디에이치 아너힐즈 조합장.


[땅집고] “건설사와 조합 간의 도급계약서는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다 중요합니다. 조합장이 많이 알수록 계약서가 두꺼워지고 정교해지니까 시공사가 나중에 돈을 올릴 여지가 생기지 않습니다. 조합장이 하는 일의 절반은 ‘계약서를 꿰뚫는 것’입니다.”

오늘은 난이도 극상으로 불리는 강남 재건축을 완성한 조합장님을 모셔봤습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장영수 조합장이자 현 대표 청산인 님입니다. 장 조합장님은 대우엔지니어링에서 33년간 근무하며 상무를 지냈는데요. 건국대 부동산학과 석사와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 박사 과정을 밟은 건설·부동산 전문가입니다.


<이하 일문일답>

-요즘 많은 재건축 단지가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신탁 방식을 고려하시고 있던데요. 조합장님은 신탁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무책임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현장을 끝낸 사람 입장으로 보면 조합장이 책임질 자신도 없고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까 딴 사람 누군가 와서 해달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과연 우리 입장을 그렇게 대변해 줄까요?

‘다른 재건축 단지 평균치보다 못하겠다’라고 하면 신탁 방식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근데 그런 사람은 조합의 책임자를 맡으면 안 됩니다. ‘우리 단지를 최소한 상위권에 들어야 되겠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조합을 끌어가야지 중간 이하로 하겠다는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있는 거냐는 말입니다. 신탁 방식은 제도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100점짜리 만점에서 50점짜리가 신탁 방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할까요?

“재건축 바닥에서는 흔히 하는 얘기가 있는데요. ‘조합장을 잘 만나는 게 복이다’라고 얘기를 해요. 그 단지에 좋은 조합장의 역량이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도 그 재건축 단지의 복이거든요. 좋은 조합장이 될지를 알아보는 것도 힘들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거는 그 사람이 나서는 게 더 중요해요.

아무래도 재건축 현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부정이 많잖아요. ‘재건축 판은 썩었다’, ‘조합장은 능력이 없다’ 이런 인식이 있다 보니까 사회적으로 비교적 괜찮은 커리어를 가졌던 분들은 나서기 쉽지 않죠.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았는데 괜히 잘못 나서서 인생 후반기 망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선뜻 못 나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런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조합장이 건설사랑 계약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세 가지 뭐 이런 것들이 있을까요?

“세 가지 정도가 아니라 계약서 1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다 중요하죠. 다 중요한데 에스컬레이션을 어떻게 반영할 거냐, 그다음에 대금의 지불 방법을 어떻게 할 거냐, 마지막으로는 기술 사양을 어느 정도로 할 거냐 등을 다 상세하게 해야 돼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10대를 한다고 칠게요. 만약 계약서에 엘리베이터 10대로 기술하면 시공사는 아무 메이커나 10대만 가져다 설치하면 됩니다. 근데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 재질은 뭐고 속도는 분당 얼마고 그다음에 그 안에 냉방기나 환풍기가 있는지 등등 이런 세부적인 부분을 아주 디테일하게 따져야 하는 겁니다.

-그럼 조합장님은 계약서를 하나하나 다 직접 따져보신 건가요?

“저는 제가 직접 다 했죠. 그래서 저희 개포 3단지 재건축 조합의 시공 계약서는 아마 그전에 나왔던 어떤 계약서도 없었던, 그런 두툼한 계약서가 된 거예요. 아주 상세한 계약서죠. 항간에서는 저희 계약서가 재건축 현장에서는 바이블처럼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오타 난 내용까지도 그대로 인용될 정도로요.

예를 든다면 아파트 외벽을 석재로 할 경우, 그 석재가 2㎝ 인지, 3㎝, 5cm 인지를 봐야 합니다. 등급이라고 치면 A급, B급, C급 등 디테일을 다 해놔야 합니다. 저희 조합 전까지는 대충 3층 석재를 쓴다는 정도 끝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시공사가 ‘처음 견적 낼 때 2㎝짜리로 했는데, 지금 시공하려다 보니까 이 석재 쓸려면 3㎝, 5cm짜리를 써야 한다’고 해버리면 조합은 어쩔 도리가 없죠.

조합장이 많이 알수록 계약서가 두꺼워지고 정교해지니까 시공사가 나중에 돈을 올릴 여지가 생기지 않습니다. 현재 재건축 사업비가 만약에 100원이라고 하면, 시공 계약 비용은 75~80원 정도 됩니다.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나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시공계약만 잘해놓으면 싸울 일도 없어지죠. “

심하게 얘기하면 조합장은 자기 하는 일의 절반은 계약서만 꿰뚫고 있어야 해야 해요. 보통 공사 시공 계약하는 것 보면 ‘대금 지급 순서’라는 게 있습니다. 대부분 조합장들이 이 개념이 거의 없어요. 시공사가 그냥 달래는 대로 준다고요. 조합장은 이 대금 지급 순서가 조합에 유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조합은 시공사 보증으로 이제 돈을 차입해 쓴단 말이에요. 시공사는 당연히 이자가 없는 것부터 처리하려고 하겠죠. 이자가 많으면 뒤로 계속 밀리는 겁니다. 조합장 잘 만나지 않으면 그냥 시공사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거예요. 거기다가 조합장이 중간중간에 부정이라도 저지르면 꼼짝도 못 하죠. ”

-원래 설계는 조합이 직접 발주하나요?

“제가 아는 한 설계는 다 조합이 발주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조합의 문제인데요. 저 같은 경우는 설계는 당연히 발주자인 조합이 책임지지만, 시공 계약서에는 새로운 내용을 명문화했습니다. ‘시공사는 설계를 사전에 다 점검해서 시공사가 책임 못 지는 설계상의 문제가 있으면 조합에다가 미리 얘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조 등 문제는 시공사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설계는 조합이 주관해서 진행하는 부분이라 설계사가 있긴 하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시공사도 있다고 더블로 걸어놓은 거죠. 시공사에서 한 번 더 검수를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겁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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