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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사이 전세매물 17% 급증…강동구 물량 폭탄에 전셋값 폭락 조짐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4.03.12 14:31 수정 2024.03.13 09:41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고덕그라시움, 고덕아르테온 모습. /전현희 기자


[땅집고] “실거주 의무가 아예 폐지된 것이 아니어서 결국 집주인들은 3년 내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3년만 살아줄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어요.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는 당장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둔촌일병 구하기 시즌2’라고 봅니다.”(서울 강동구 고덕동 김명선 종합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최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3년 간 유예되면서 올 해 입주 물량이 밀집한 서울 강동구에서 전세 매물이 급증하고 시세도 하락 중이다. 시장에 전세 매물이 풀린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 것이 아닌 3년 유예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세입자는 계약 갱신권을 행사하면 최대 4년까지 거주가 가능한데, 집주인이 3년 내 실거주하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당장 세입자를 받을 수는 있지만, 사실상 2년까지만 계약할 수 있어 미봉책이라는 평가다. 또 매물도 특정 단지 위주로만 풀려 수도권 전역의 전세금 상승세를 꺾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 강동구 전세 매물 증가…‘강동 헤리티지 자이’ 전세금 7000만원 하락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강동구 전세금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의 전세금은 42주 연속 상승 중인 가운데, 강동구만 지난 2월 내내 전세금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강동구는 2월 첫째주 -0.05%, 둘째주는 -0.02% 하락했고, 셋째주 0.04%로 잠시 올랐다가 넷째주 -0.04 하락해 서울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 전세금이 하락한 이유는 지난 달 29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된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된 수분양자가 입주일 즉시 실거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3년 유예하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입주 때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세를 받으려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공급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월 8일 기준 강동구 전세 매물은 2543건으로 한 달 전(2175건)보다 16.9% 증가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크게 매물이 늘어났다.

강동구에서는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1만2032가구) 등을 비롯해 상일동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593가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1299가구) 등이 입주 중이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강동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 90여 건 넘는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나왔다. 59㎡는 전세금이 4억7000만원부터 형성돼 있는데, 인근 ‘e편한세상 강동 에코포레’ 최근 전세 실거래가 5억4000만원보다 약 7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 “올림픽파크포레온 세입자들 계약갱신청구권 못 쓴다”

실거래 의무 3년 유예 조치로 입주하는 새 아파트 전세금이 하락해 매물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집주인들도 전세금으로 일부 잔금을 치를 수 있어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전세금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아 얼만큼 파급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란 의견이 나온다. 서울의 경우 입주 예정자들이 실거주하는 경우도 많고, 입주 물량이 예전에 비해 과다한 상태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주인들이 늦어도 3년 내 실거주를 해야 하는 것이 임대차 시장에 또다른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다.

세입자는 입주 아파트에 계약갱신권 청구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세입자가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임대차 기간을 최대 4년으로 연장하면 집주인은 실거주 의무를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동구 고덕동 김명선 종합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세 매물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아예 2년만 거주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집주인은 잔금을 내기 위한 2년의 시간을 벌었을 뿐 결국 실거주 의무를 지게될 수밖에 없어 정책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 아닌가 싶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시공 현장. /뉴시스


업계에서는 실거주 의무 유예로 인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수도권 전세금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일부 매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분양가가 워낙 높아 전세금으로 잔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실거주 의무 유예 여파가 전세금을 끌어내릴 수준은 아니다”라며 “실입주율이 60% 이상인 것으로 체감돼 헬리오시티 입주 때처럼 매물이 초반에만 많다가 다시 가격이 인근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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