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30조원 규모로 출산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정책 상품 신생아특례대출 출시 후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에선 일시적인 효과로 아이를 낳아야만 지원하는 신생아특례대출 특성상 추격매수가 어려워 매수세가 계속 증가하긴 어렵단 분석이다.
지난 1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거래 총 1896건 중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1076건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1월에는 전체 거래 2572건 중 55%가 9억원 이하 아파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2% 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생아특례대출을 받는 수요자의 절반 이상이 대환대출인 경우가 많아 신규 거래는 주로 기존 디딤돌·보금자리론 대출 대상인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곳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6억~9억원 사이 아파트 비중은 1월 26%(691건)에서 28%(544건)로 증가했는데,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거래량 비중은 1월에도 28%(729건), 2월도 28%(532건)로 꾸준했다.
■ 노원구 9억원 이하 거래량 최다
정부는 올해 신생아특례대출을 비롯해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버팀목대출 등 정책모기지를 40조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순자산 4억6900만원(소득 4분위 가구의 순자산 보유액) 이하의 요건을 갖추면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상주택은 가액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읍·면 100㎡)다.
국토교통부는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이 시작된 지난 1월29일부터 2월 16일까지 신청 건수가 1만3458건, 신청 규모는 3조392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환대출 접수가 1만105건, 2조 4685억원으로 지난해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을 기다려 온 출산 가구의 대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신규 주택 구입용도로 들어간 자금은 9243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증가했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2월 한 달동안 서울에서 9억원 이하에 팔린 아파트가 많았던 지역은 노원구가 151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성북구(97건), 구로구(76건), 강서구(71건), 동대문구(71건)으로 뒤를 이었다.
노원구 상계동 신축단지 ‘포레나노원’ 59㎡가 지난 2월 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까지는 8억5000만~8억9000만원에 팔렸었다. 노원구 중계동 ‘양지마을 대림2차’도 84㎡ 8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억8000만~8억9000만원대에 거래됐던 주택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아이를 낳아야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신생아특례를 포함해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을 받아 이사할 수 있는 지역에서 주로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인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소득 요건이 6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금리는 2.45~3.55%를 적용받는다. 기존 보금자리론도 연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대상으로 금리 연 4.2~4.5%를 적용한다.
노원구의 경우 8억원대 후반에서 9억원대에 거래된 매물은 13건에 불과했고, 6억원 이하에 거래된 매물이 97건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구로구에서도 76건 거래 중 41건(53%)이 6억원 이하 거래였다.
또 거래량이 늘었다고 가격이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신생아특례대출, 수요 제한적…저가 매물 많은 곳 거래량 늘어날 것
업계에선 신생아특례대출이 아이를 낳아야만 대출이 가능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2월 말부터 정부가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스트레스DSR 제도를 시행해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점도 거래량이 감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1~2월에는 잠깐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3월부터는 다시 서울에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매매를 위해 내놓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6일 8만149건을 기록해 넉 달 만에 8만 건을 넘어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생아특례대출의 정책 취지는 바람직하고, 제도도 유지하는 것이 맞지만 출산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선 주택 시장에 거래를 활성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는 금리를 비롯해 기존 주택 가격이 워낙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집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 저가 매물 거래만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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