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하림이 산 양재동 땅값만 4배 뛰어…용적률 800% 아파트·신분당역 신설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4.03.11 13:50 수정 2024.03.11 13:59
[땅집고] 양재 도시 첨단물류단지 조감도. 양재 첨단물류단지의 총면적은 86만여㎡로 지하 8층부터 지상 58층 규모다. 아파트는 총 4개 동으로 총 99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오피스텔은 972가구가 포함됐다. /서울시


[땅집고]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려다 좌절한 뒤,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홍국(66) 하림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라고 불리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부지 매입 8년 만에 서울시 승인을 거쳐 확정됐습니다. 인허가는 건축 심의만을 남겨 둔 가운데 내년에 착공, 이르면 2029년 완공됩니다. 물류·업무·숙박·주거·쇼핑이 결합된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여러 기능이 복합된 콤팩트시티인 도시첨단물류단지 승인은 지난해 8월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양재 첨단물류단지는 지하에 스마트 물류센터를 짓고 지상에는 58층 아파트, 49층 오피스텔, 호텔, 백화점, 상가 등을 짓는 사업입니다. 50층 높이에는 전망대와 인피니티풀이 설치된 스카이브릿지가 놓여 관광명소의 기능을 할 전망입니다.


양재동 지하에 물류 창고가 생기면 서울 시내 어디든 2시간 이내에 배송이 가능합니다. 물류비용을 크게 낮추고, 당일·신선배송으로 가정간편식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땅의 개발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8년 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양재IC 일대 혼잡과 과잉 개발 논란으로 수년간 공방을 벌였습니다.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이곳에 오랫동안 많은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였습니다. 과거 복합유통업무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다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백지화된 ‘파이시티 프로젝트’도 이곳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과거 사업 관련자들이 비리를 저질러 줄줄이 감옥에 가고, 숨을 거두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화물터미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권 실세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땅집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약 8만 6000㎡(2만 6000평) 규모의 도시첨단물류단지에는 최대 800%의 용적률이 적용됩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2022년까지 고수했던 ‘용적률 400%’ 기준의 두 배 수준으로 하림의 요구대로 결론이 난 셈입니다. 이로써 최대 지상 58층, 지하 8층 규모의 복합단지가 조성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건데요. 아울러 800%에 달하는 이례적인 용적률 혜택에 상응하는 공공기여 규모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사업비는 땅값과 건축비를 합쳐 6조8712억원입니다. 하림은 토지 가격과 펀드에서 조달하는 금액 등 자기자본 2조 3000억원 외에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500억원과 3조 8000억원의 분양수입으로 사업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아파트 분양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이뤄질 전망입니다.

하림은 사업비 외에 공공기여 등으로 추가 부담하는 금액은 6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금액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나눠 내게 됩니다. 공공기여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주변 기반 시설에 쓰는 것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1000억원, 연구개발 시설 1000억원 등이 포함됩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주목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신분당선 역사 신설입니다. 가칭으로 ‘만남의광장’역인데요. 만남의광장역은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과 양재시민의숲역 사이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양재IC 일대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남부로 진입하는 관문이지만 그간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개발 지연으로 장기간 방치된 지역이었습니다. 물류단지 위 2000가구 규모의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단지 조성으로 하루 4만 7000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시가 하림에 요구한 것은 신분당선 역사 신설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것입니다. 신분당선 만남의광장역을 설치하려면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이 가운데 하림이 1차로 500억원을 우선 부담하고 총 1000억원 이상을 낼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만남의광장역이 들어서면 현대자동차사옥, 쇼핑몰 양재하이브랜드, aT센터 등 양재동 일대의 교통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입니다.

[땅집고] 서초구 양재2동 2곳 위치도. 양재시민의숲역과 인접한 역세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주변 빌라촌, 그린벨트 등의 개발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재동, 우면동, 내곡동과 코스트코 인근 과천 주암동 빌라촌도 개발의 직접적인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특히 지난 2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양재2동은 매물 품귀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양재2동 모아타운 사업지는 양재시민의숲역과 인접한 역세권으로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값도 치솟으면서 빌라 매매가격이 대지지분 한 평당 7000여 만원에 달합니다.

하림이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에 인접한 노른자 땅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뒤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땅값이 1조원 넘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림은 2016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하고 물류단지 개발을 추진해왔는데 이 부지는 탁상 감정 결과 1조6000억원으로 평가됩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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