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사람이 죽었나 하고 바로 옷 입고 뛰쳐 나갔는데 옹벽이 다 무너져 있더라구요..;;”

지난달 충남 태안의 한 아파트에서 약 6m 높이인 주차장 옹벽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옹벽을 이루던 콘크리트 블록과 토사가 쏟아지면서, 인근에 주차돼있던 입주민 차량 9대가 파손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최근 잦은 비와 기온 상승에 따른 일교차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옹벽이 붕괴한 것이다. 다행히 붕괴 시점이 오전 3시 20분 은 새벽으로 인적이 드문 시간대라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자칫 큰 피해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 당시 이 아파트에 있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갑자기 이 새벽에 주차장 차 빼달라고 안내방송이 울렸다”며 “‘새벽에 왜 개인전화를 안 하고 방송하지?’ 생각하며 밖을 봤는데 소방차가 와있고,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깜짝 놀라 사람이 죽었나 하고 바로 옷 입고 뛰쳐나갔더니 옹벽이 다 무너져 있었다”며 “우리 집은 (차를) 다 지하주차장에 세워 일이 없었는데, 저쪽에 주차해놓은 차들은 다 큰 돌덩어리 폭격을 맞았더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는 해빙기인 2월에서 4월 초까지, 전국 곳곳 아파트마다 옹벽 붕괴 사고가 발생하는 단지가 적지 않아 철저한 관리·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2023년에 2~3월 해빙기 관련 사고는 총 143건으로 집계으며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지반 약화로 인한 붕괴·도괴(무너짐) 사고가 7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주체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시설물 안전관리계획에 해빙기 진단을 포함하고, 매년 2~3월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진단 대상은 석축, 옹벽, 법면, 교량, 우물 및 비상저수시설 등이다. 또 관리주체와 입주민 역시 지반 침하나 균열 등 이상 징후나 위험요인을 발견하는 즉시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나 소방서로 신고해 알려야 한다.

소방청은 “해빙기에 축대나 옹벽, 노후 건축물이 균열이나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 있지는 않은지 미리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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