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설사가 나서서 1억 할인 분양이라뇨" 미분양 아파트마다 갈등 속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3.09 07:30

"무책임한 할인 분양 결사반대!" 전국 미분양 아파트마다 갈등 속출

[땅집고] 대구시 동구 율암동 ‘호반써밋 이스텔라’ 단지 내부에 입주자들이 할인분양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대표회의 안심호반 할인분양 대응 입주민모임


[땅집고] “무책임한 할인 분양 결사반대! 할인분양 세대는 입주 금지!”

지난달 대구시의 한 아파트에서 울려퍼진 구호입니다. 건설사가 이 아파트를 최초 분양가에서 최대 1억원 정도 할인해서 분양한다고 하니까, 기존 입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겁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문제의 아파트가 어딥니까?

“대구시 동구 율암동에 입주한 ‘호반써밋 이스텔라’입니다. 지상 최고 16층, 4개동에 총 315가구 규모 아파트인데요.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산업이 시행, 시공을 동시에 맡아서 2021년 3월 분양했습니다. 당시 분양가가 34평 기준 4억6000만원 정도였는데, 준공한지 1년이 넘도록 45가구 정도가 미분양 아파트였습니다.”


-지금 대구시가 미분양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네. 국토교통부 1월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이 총 6만3755가구입니다. 이 중에 84%가 비수도권, 즉 지방 물량인데 대구시 미분양이 1만124가구로 가장 많은 상황입니다.”

[땅집고] 2024년 전국 미분양 주택 통계. /국토교통부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가를 좀 할인해서라도 미분양을 최대한 해소하려고 할텐데, 얼마나 깎아주는 추세인가요?

“앞서 ‘호반써밋 이스텔라’도 할인분양을 실시한 대표적인 단지인데요. 할인분양 방법으로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를 했습니다. 먼저 일시할인입니다. 최초 분양가에서 7000만~9300만원을 깎은 금액에 분양하도록 해주는겁니다.

두 번째는 잔금 유예입니다. 일단 분양가의 15%, 7000만원 정도만 내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잔금 85%는 5년 후에 내도록 하면서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식입니다. 이렇게 깎아주니 미분양 45가구 중에 20가구 정도가 팔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인분양을 하니까 기존 입주민들이 난리가 났죠?

“입주민들이 분노한 포인트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이렇게 아파트 분양가를 깎아주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고, 두 번째는 왜 기존 입주자들이랑 협의도 없이 할인분양을 하느냐, 소급적용해서 우리도 깎아달라는 겁니다 현재 아파트 단지 출입구랑 각 세대 발코니에 ‘무책임한 할인분양, 호반산업 각성하라’, ‘할인분양 결사반대 입주금지’ 이런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줄줄이 붙었습니다.

입주자들은 또 대구에서 서울 호반건설 본사 앞까지 트럭을 끌고가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무책임한 할인분양, 선분양자 소급적용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땅집고] 이달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를 차은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는 모습. /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대표회의 안심호반 할인분양 대응 입주민모임


-지금 할인분양하는 아파트가 ‘호반써밋 이스텔라’ 뿐만이 아닌 것 같던데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전국 미분양의 84%가 지방에 있다보니 지방 곳곳에서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전남 광양시에서는 ‘광양 동문디이스트’가 할인분양했다가 난리가 났는데요. 총 1114가구 대단지 아파트인데 200가구 정도가 미분양이 됐어요. 34평이 3억원 초반대였는데 5000만원 정도 할인해서 2억원 중후반대에 팔았죠.

그랬더니 이 아파트를 지은 동문건설을 비난하는 팻말이 걸렸습니다. ‘악독한 동문건설, 분양대행사와 협력한 부동산들과의 계약을 잠시 미뤄주세요’ 이렇게 적혀있네요. 또 할인 받아 분양받은 사람들은 입주 불가라면서 배제하는 조치도 생겼어요. ‘할인분양 세대 적발시 주차요금 50배 적용, 커뮤니티 시설 및 공용부시설 사용 불가, 이사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부터 시작 등등입니다.”

[땅집고] 전남 광양시 마동 ‘광양 동문 디이스트’ 아파트에 할인분양 세대의 입주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단이 붙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실 이런 할인분양과 둘러싼 갈등이 부동산 침체기마다 반복되지 않습니까.
“네 10년 전에도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분양했던 ‘한라 비발디’ 아파트가 30% 할인분양했는데, 입주민이 분신자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판촉활동도 눈에 띈다고 하는데요.
“현재 대구시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총 759가구)’ 시행사가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과 함께 평형별로 최대 5000만원의 ‘입주축하금’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또 제주도에서 분양 중인 한 아파트는 분양 대금 중 일부를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로 납부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어서 독특합니다.”

지금도 지방 중심으로 새아파트 미분양이 쌓이는 추세라, 앞으로 할인분양을 실시하는 단지마다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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