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잠실래미안아이파크) 조합원들이 조합장 해임에 나섰다. 조합이 시공사가 내건 ‘묻지마 공사비 증액’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조짐을 보이자 조합원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8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잠실진주 조합원들은 조합장 해임 발의를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친 상태다. 시공단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제대로 된 협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조합의 무능에 조합원들이 행동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ㆍ현대산업개발 시공단은 3.3㎡당 공사비를 기존 510만원에서 823만원까지 점진적으로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시공단의 불합리한 요구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 A씨는 “필요 정족 수를 이미 채웠다”며 “현재 해임 변호사비를 모금 중인데, 2000만원 중 1000만원이 넘게 모였다”고 했다.

삼성물산ㆍ현대산업개발 시공단은 총 공사비를 기존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 공사비가 2168억원,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1억44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3.3㎡당 공사비는 823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최초 계약 2018년 510만원, 2021년12월 1차로 증액한 660만원 이후 2차로 증액을 요구한 것이다. 시공사는 작년12월 889만원으로 2차 증액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총회가 부결돼 공사비를 823만원으로 내렸다.

문제는 조합의 태도다.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요구하는 823만원을 산출한 근거와 내역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단은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없이 일괄타결 금액으로 4월에 관리처분 총회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통상 조합은 시공사가 공사비의 10% 이상 증액을 요구할 경우, 한국부동산원 검증과 관리처분 총회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잠실진주 조합 집행부의 경우, 검증 신청 후 바로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조합원들은 “부동산원 검증은 인가를 위한 요식 행위로만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갈등이 커지자 조합원들은 조합장 해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는 해임 시기를 조율 중이다. 또다른 조합원 B씨는 “조합원들 사이에 바로 해임절차에 들어가자는 의견과 오는 8월 일반분양에 방해되지 않게 일반분양을 마무리한 뒤 진행하자는 의견이 혼재해 있다”며 “의견을 조율해 시점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잠실진주는 서울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에 인접한 2000가구 넘는 대단지 아파트다. 재건축 후에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2678가구로 변신한다. 일반분양 가구가 819가구로 많은 편이라 시장 관심을 많이 받는다.

2015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 2019년 거주민 이주를 완료하고, 2020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철거와 착공에 들어섰다. 2021년 터파기 공사 당시 2500㎡ 규모 백제 주거시설이 발견돼 공사가 멈춰었다가 1년 간의 합의 끝에 겨우 재개했다. 그러다 또 공사비 인쟁 갈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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