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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때문 아냐" '한국 최후의 막장 학교' 성지고, 폐교하는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3.07 14:06

[땅집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 앞에 올해 폐교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이 학교 앞 지나갈 때 너무 무서워서 눈 깔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는데, 폐교한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인터넷 등에서 일명 ‘양아치 학교’로 알려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가 올해 마지막 졸업식을 진행했다. 1972년 개교한 이후 한 때 1800명이 재학할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지만, 설립자가 사망한 이후 인수자를 찾지 못한 데다가 학생 수까지 감소하면서 올해 2월 폐교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졸업식을 끝으로 학교는 영원히 문을 닫았다.

[땅집고] 2013년 방영한 ‘송포유’ 프로그램에 출연한 성지고 학생들이 학교 폭력 경험담을 늘어놓고 있다. /SBS 캡쳐


성지중·고등학교는 1972년 영등포 청소년 직업학교로 개교했으며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이 학교가 전국적 유명세를 탄 건 2013년 방영한 비행 청소년 갱생 프로그램인 ‘송포유’ 영향이 컸다. 가수 이승철, 엄정화가 소위 문제아들을 대상으로 가창 연습을 진행한 뒤 세계 합창대회에 출전하도록 돕는 일대기를 담았다. 당시 방송에서 성지고 출신 학생들이 온 몸에 문신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 경험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일부 학생들은 담배와 술을 압수하겠다는 말에 화를 내고, 성형 시술인 필러를 맞기 위해 가창 연습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성지중·고등학교가 폐교했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마다 이곳 학생들 때문에 공포에 떨었던 과거 경험을 늘어놓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B씨는 “제가 2007년도에 (성지고 인근) 화곡고를 나왔는데, 정말이지 저기 학교 앞 지나갈 때는 눈 깔고 지나갔습니다”라며 “양아치 쓰레기 학교 잘 없어졌네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땅집고] 2018년 서울 강서구 강서문화원에서 열린 성지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성지중·고등학교가 양아치들만 다니는 학교는 아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방황하는 학생 수가 많기도 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과 만학도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로서 순기능도 있었다는 것. 실제로 올해 성지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최고령 졸업생은 78세였다. 과거 개인 사정으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어르신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했다.

[땅집고] 서울 광진구 주택가 한복판에 있던 화양초등학교. 입학생이 없어 지난해 폐교한 뒤 현재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오종찬 기자


앞으로는 성지중·고등학교처럼 문을 닫는 학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저출생으로 학교에 다닐 아이들이 줄면서다. 올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수는 올해 513만 1218명에서 2026년 483만 326명으로 줄면서 사상 최초로 500만명 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이런 폐교 현상은 인구수가 적은 지방 등 외곽 지역 문제만이 아니다. 도심 지역, 심지어 서울에서도 폐교 사례가 줄줄이 나오고 있어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폐교한 공립 중고등학교 134곳 중 31곳이 도시 지역 학교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2003년 문을 연 서울 도봉구 도봉고등학교는 개교 20년 만인 올해 폐교 수순을 밟게 됐다. 도봉고가 있는 도봉1동이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고령 인구 밀집 지역으로 전락한 탓이다. 마찬가지로 서울 성동구 성수공고도 이달 학생 수 부족 문제로 폐교한 뒤, 인근 휘경공고와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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