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여 년간 방치됐던 2조6000억 짜리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부지 개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사업다각화와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 롯데칠성음료 부지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2조 6000억 강남 금싸라기 땅 20년째 방치 중

롯데칠성 부지는 서울 서초구 2호선 서초역부터 교대역을 거쳐 강남역에 이르는 서초대로 일대 자리 잡은 4만3438㎡ 규모 부지다. 1976년 롯데칠성음료 공장이 들어선 땅이었지만 2000년 공장 이전을 하면서 현재 롯데칠성음료 물류창고와 롯데렌터카 차량 정비공장으로 쓰이고 있다. 인근 강남역 삼성타운(2만4000㎡)의 두 배 크기이다.

해당 부지는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신용등급을 지지해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칠성음료가 1년 내 지출해야 하는 현금은 7400억원이라 지난 해 2000억원 공모채 모집을 해야 했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 부지 덕에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부가액으로 4000억 규모지만 재개발 가능성이 있어 자산 재평가를 할 경우 부동산 가치가 더 뛸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3.3㎡ 당 2억원 정도로 추산하면 땅값만 2조6000억원인 셈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롯데칠성 부지에 그룹의 본사 역할을 하는 대규모 오피스를 건설하려 했다. 하지만 삼성타운 등 인근지역과 달리 주거용지인 탓에 오피스 빌딩 등으로 개발할 수 없었다.

■ 특별계획구역·사전협상대상자 지정으로 용적률 인센티브…20년 개발 염원 이뤄질까

하지만 2021년 서울시 2030플랜에서 밝힌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라 롯데칠성부지 이외에도 코오롱, 라이온미싱, 삼성지구, 진흥아파트구역 등 강남역 사거리와 인접한 부지 총 59만6277㎡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업무단지로 조성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는 해당 부지의 종상향을 통해 대규모 오피스 건물을 비롯한 복합개발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건물의 용도를 개발주체와 승인관청이 사전 협상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비교적 자유로운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의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됐던 최고 200m의 건축 높이를 250m로 높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2022년 3월에는 이 땅이 사전협상대상지로 선정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개발 기대감을 한 층 끌어올렸다. 사전협상제도는 민간 사업자가 5000㎡ 이상 부지를 개발할 때 용도지역 상향 등으로 법정 상한의 최대 330% 포인트까지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을 높여주는 제도다. 대신 개발이익 일부(늘어난 용적률의 60%)를 공공기여로 확보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이 사전에 협의한다. 사전협상 제도에 따라 인센티브 요건을 전부 충족하면 용적률은 최대 1130%까지 오른다.
하지만 아직 롯데 측에서 개발 제안서를 접수하지 않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개발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사전협상제도에 따른 기부채납 비용이 과도해 롯데 측에서 개발을 주저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서울시에서 용적률을 상향해 준다고 하더라도 최근 공사비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기존 계획대로 고층 개발을 하기 위해 자금을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분이 줄어드는 등의 혜택이 없는 한 롯데 측에서 섣불리 개발 계획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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