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분양가만 보고 청약? 뒤통수" 발코니 확장비 몇천만원 씩 폭증한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3.02 07:30
[땅집고] 최근 새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발코니 확장 옵션이 필수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아르떼디자인 블로그


[땅집고] 요즘 새아파트 분양받을 때 거의 모든 국민분들이 ‘발코니 확장’ 옵션을 선택하는 분위기입니다. 발코니 확장을 한 집과 안한 집의 실사용 평수 차이가 확 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어떤 아파트에서는 아예 건설사가 현재 단지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서 발코니를 미리 확장해뒀으니 확장비도 반드시 내야 한다고 공지하기도 합니다. 또 발코니 확장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중문·드레스룸·붙박이장 등 다른 옵션도 못 산다고 못박은 단지도 있어 사실상 강제로 확장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발코니 확장하면 집 넓어지는건 좋다 이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돈 아닙니까? 요즘 분양하는 새아파트마다 발코니 확장비가 너~무 비싸요.

한 2010년 초중반대만 해도 몇백만원 정도만 주면 발코니 확장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1000만원 안 넘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고요, 확장비만 1억원에 가까운 아파트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청약할때 일반분양가만 보면 안되고, 발코니 확장비까지 고려해서 자금 계획 짜야할 정도입니다.

1[땅집고]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수백만원대였던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가 현재 기본 100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 들어 2월 23일까지 1순위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아파트 37곳 평균 발코니 확장비가 200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지은 기자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 발코니 확장비 얼마나 비싼지 한번 볼까요.

제가 청약홈 들어가봤더니 올해 들어서 2월 23일까지, 1순위 청약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아파트가 총 45곳이더라고요. 지금 부동산 침체기라서 그런지 확장비 무상 이벤트 제공하는 곳도 8곳 있긴 했습니만, 이 단지들 제외한 37곳 평균 내보니까 확장비가 2009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직장인 여러분들 아시겠지만 생활하다보면 1년에 2000만원 모으기도 사실 쉽지 않거든요. 한 달로 치면 166만원 정도니까요.

개별 단지를 들여다보면 더 헉 소리납니다. 올해 2월에 광주시에 분양한 ‘위파크 일곡공원’은 국민평형인 84㎡ 발코니 확장비가 거의 4000만원이었고, 138짜리 대형은 5000만원에 달했습니다. 무순위 청약까지 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20억 로또’라고 난리났었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더 심합니다. 대형 132㎡ 확장비가 7220만원이었어요. 이 단지는 이미 입주를 시작해서 줍줍 당첨자분들이 비확장 선택하지도 못하고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확장비 내야하는 겁니다.

[땅집고] 지난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로 새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와 ‘고분양가 관리지역’ 카드를 꺼냈다. /연합뉴스


아니, 도대체 언제부터 발코니 확장비가 이렇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싼 옵션이 된걸까요?

정말 남 탓 하기는 싫은데요, 건설부동산 업계 분들한테 여쭤보니까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시행한 분양가 규제들 때문에 발코니 확장비 뻥튀기 꼼수가 심해진 거라고 하더라구요.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통제하니까, 아파트 짓는 시행사 건설사가 못받은 돈을 옵션인 발코니 비용으로 전가할 수 밖에 없었다는거에요.

[땅집고] 문재인 정부 시절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았던 지역 정리. /뉴시스


첫 번째 분양가 규제는 ‘분양가 상한제’였습니다. 새아파트 가격을 택지비(땅값)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보다 비싼 가격에 분양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내세운 가장 큰 목표는 ‘집값 잡겠다’는 거였죠. 당장 분양하는 새아파트 가격을 낮추면 집값이 낮아질거라고 판단해서, 2018년 분양가 상한제라는 정책을 들고 나온거에요.

처음에는 정부가 공급한 공공택지 등에 분양한 아파트만 대상으로 했는데, 2019년부터는 민간택지에도 적용했습니다. 집값 가장 비싼 서울은 총 25개구 중 18개구에 적용이 됐구요, 수도권 중에서는 과천, 하남, 광명이 분양가 규제를 받았습니다.

[땅집고] 문재인 정부 시절 HUG로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 규제를 받았던 지역 정리. /HUG


나머지 지역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해서 두 번째 규제책도 있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HUG를 시켜서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정하는 겁니다. 이게 뭐냐면, 이 지역 분양가가 상승하면 전체 주택시장 가격이 오르는데 영향을 미치겠다고 판단되는 곳에서는 건설사업자한테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으라고 하는겁니다.

지금 시행사 건설사가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거든요. 이 때 인근 아파트 시세랑 비교했을 때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HUG가 이 분양보증을 거절해서 분양 자체를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말에 전국 웬만한 지역이 다 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묶여있었죠.

[땅집고]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 인상을 제재해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와대 홈페이지


[땅집고]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나타난 건설사업자들의 발코니 확장비 뻥튀기 관행 때문에 확장비가 1억원이 넘는 단지도 등장했다. /이지은 기자


이렇게 분양가를 이중으로 규제 받으니까 시행사 건설사가 새아파트를 분양해서 이익을 남길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나타난 꼼수가 바로 ‘발코니 확장비 뻥튀기’입니다. 정식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은 옵션 비용인 발코니 확장비는 분양가 규제를 안받기 때문에 가격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었거든요. 분양가는 못올리니 발코니 팔아서라도 이익을 더 챙겼던거죠.

그래서 극단적인 사례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아파트가 2020년 경기도 부천시에 분양한 ‘부천 소사 현진에버빌’인데요. 30평대인 전용 81㎡ 분양가가 5억원 정도인데, 발코니 확장비는 1억원이 넘어서 ‘이거 완전 사기 아니냐’는 청약 당첨자들의 분노를 불렀고요. 2022년 광주시 서구에 분양한 ‘광주 화정 골드클래스’도 34평 분양가가 4억 후반에서 5억 중반대였는데 발코니 확장비가 거의 1억원으로, 분양가의 20%에 달할 정도로 비쌌습니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 들어 규제가 풀리면서 분양가 통제를 받는 곳이 전국에서 서울 4개구, 즉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발코니 확장비를 높여서 받던 관행을 건설업계가 지금까지 이어나가면서 기본 비용이 수천만원으로 자리잡아버린 상황입니다.

결국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어떻게서든 이익을 높이려는 건설사업자들의 꼼수를 불렀고, 이런 꼼수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교훈만 남았습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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