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비리로 얼룩진 양재동 화물터미널, 초고층 주상복합 물류단지로 재탄생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4.02.29 13:39 수정 2024.02.29 13:45

[땅집고] 개발계획이 확정된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당초 진로그룹 소유의 화물터미널부지였다.

8만6000여㎡(2만6000평) 규모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화물터미널이 들어선 것은 1989년. 서울시는 도심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용산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을 서초동 한국트럭터미널 자리(현 반포 고속버스터미널)로 옮기기로 했다.

한국트럭터미널의 모회사이던 진로그룹은 트럭터미널을 양재동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1987년 하반기부터 양재동에 터미널을 신축했다. 1989년 9월에 트럭터미널 이전이 마무리됐고 1991년 한국트럭터미널은 진로유통과 합병, 진로종합유통으로 출범했다.

2012년 5월 18일 오후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대검중수부 이금로 수사기획관이 '양재동 복합물류단지(파이시티) 개발사업관련 비리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있다./조선DB


진로그룹은 주류회사에서 유통, 백화점, 건설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그러던 중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진로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고 2004년 1월 법원 경매를 통해 양재동 부지는 시행사 파이시티에 넘어갔다.

이 시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이 전임 서울시장이었던 시기와 맞물리는데, 개발 과정이 정권 관계자들의 각종 로비 의혹으로 얼룩지게 됐다. 파이시티의 계획은 기존 화물터미널 부지를 업무·판매시설을 짓는 것이 가능하도록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야 가능한 사업이다. 용도변경을 하면 기존 화물터미널 운영으로만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땅값이 오르고, 수익도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것이다.이명박 정권 실세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서울시 간부 등이 파이시티 인허가를 위해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관련자들은 모두 실형 선고를 받았다.

사업주들의 말로도 좋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진로그룹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한 장진호 회장은 진로그룹 부도 이후 분식회계, 비자금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 돼 2004년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장 회장은 집행 유예기간 중 캄보디아, 중국 등에 도피 생활을 하다 2015년 4월 베이징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사망했다. 파이시티 이정배 대표도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횡령과 배임 혐의로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형이 확정됐으며 2021년 2월 복역 중 숨을 거뒀다.

2016년 하림이 4525억원에 이 땅을 매수하면서 멈췄던 물류 사업이 재개됐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이 부지를 도시첨단물류산업단지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는데, 이후 하림은 이 땅을 매입해 물류센터 복합단지 개발을 본격화했다. 하림은 “도심 내 식품 라스트마일(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물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양재동 첨단물류센터에 58층 아파트 등 2000가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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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림도 난관에 부딪혔다. 용적률을 놓고 서울시가 사업 초기부터 제동을 걸었다. 2016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서울시와 하림이 근거 법에 대한 입장 차로 갈등을 벌이면서 사업이 또 표류했다. 결국 2021년 하림이 “서울시가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신청했고, 감사원이 하림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사업 추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서초구청의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9년 준공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땅값과 건축비를 합쳐 6조8712억원이다. 하림그룹은 토지 가격을 포함한 자기자본 2조3000억원과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500억원과 3조8000억원의 분양 수입으로 사업비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냈다.

하림은 2016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원에 사들였는데, 탁상 감정 결과 1조6000억원으로 평가됐다. 8년 만에 땅값이 1조원이 뛰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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