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주간 분양 못합니다" 이유가 홈페이지 개편? 부동산원의 황당한 변명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4.02.29 11:29
[땅집고] 청약홈이 다음 달 4일부터 3주간 아파트 분양공고 운영을 중단한다. /픽사베이


[땅집고] “3주 동안 홈페이지 분양 공고 운영 중단한다고요?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나요.”

다음 달부터 청약홈 시스템 개편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이 3주간 중단되면서 건설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만큼 서버 운영이 3주간 중단되는 것은 IT를 점검할 만한 자체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버 점검 기간보다는 서버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 청약홈, 청약제도 청약제도 개편에 아파트 분양공고 3주간 중단

오는 3월 4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시스템 개편 작업으로 아파트 분양일정이 일시 중단된다.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은 변동 없이 청약 일정이 진행된다. 이달 29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제출한 분양사업지의 경우 개편에 들어가도 청약홈에서 청약 접수 및 당첨자 발표가 일정대로 진행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은 금융결제원의 청약신청 사이트 아파트투유를 대체한 서비스로 2020년 3월 출시됐다. 청약홈 서비스를 일부 중단하는 건 청약홈이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원의 이번 청약홈 개편에 따른 서비스 중단 기간은 역대 최장기간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한두 개 유형에만 국한해 규칙이 개정됐는데 이번에는 국민주택, 민영주택, 공공주택 세 가지 모두 당첨자 선정 방식이 다 바뀌는 거라 사실상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것"이라 "청약 결과가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시스템 구축 뿐 아니라 테스트, 검증 등을 거치는 시간을 합쳐서 3주 정도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땅집고] 청약홈


청약홈이 서비스를 중단하는 이유는 올해 청약제도 개편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시스템에 반영하는 개정 사항은 14가지다. 민영 주택 공급 가점제 중 입주자저축가입 기간 점수에 배우자 통장 가입 기간을 합산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다자녀 특별공급 신청 자격을 기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규칙도 반영된다. 미성년자 청약통장 가입인정 기간도 기존 2년에서 5년까지 확대하고, 공공주택 신생아 특별공급 유형도 신설된다.

■ 서버 이용 중단 없이도 업데이트 가능…인력 부족 가능성 제기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분양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청약홈 개편을 앞둔 이달 전국에서 36개 단지 3만645가구가 분양했다. 2000년 조사 이래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공급일정을 앞당기지 못한 건설사들은 총선 이후로 미루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3월 3주간 공급을 못 하면 3월엔 마지막주 한 주만 남게 된다"며 "점검 기간이 끝난 다음 달인 4월 10일에는 총선이 있는 주라 수요자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창 분양을 준비하던 부동산 업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3월은 이전부터 본격 봄철로 접어들며 분양이 활발해지는 '분양 성수기' 시작점으로 꼽히는데 이 기간을 건너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적잖은 건설사들이 봄 시작에 맞춰 공급을 개시하는데 공급시기를 연기할 경우 대출이자가 늘어 사업비가 늘고 일정을 다시 조율해야 해 난처한 상황”이라며 “부동산원 편의에 따라 봄에 청약을 준비했던 예비청약자들 또한 청약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IT업계에서는 서비스 중단 기간이 일반적인 기간보다 길다는 점으로 미뤄봐 내부에 사정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박우범 위시켓 IT 서비스 업체 대표는 "게임같이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 경우 베타서비스를 테스트해야 해 기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며 "하지만 통상적으로 쿠팡같은 일반 테크기업은 사용을 중단하지 않아도 시스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청약홈에 대규모 동시접속자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지 여부도 적어도 하루 이틀이면 마무리할 수 있다"며 "시스템 구축 단계부터 잘못 설계했거나 내부에 테스트를 시행할 인력 부족, 수준 문제 때문에 개발해서 테스트할 환경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개편후 오류 우려도 나와

건설사들은 개편 이후 시스템 오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청약홈은 청약 가점 오류를 비롯해 접속자가 몰리면 사이트가 '먹통'이 되는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청약 신청 당일 사이트 접속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건설사 측에서 마감 시간을 연장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나 카드사처럼 평일에 셧다운할 경우 업무가 어려워진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청약홈은 시일을 다투는 긴박한 업무를 다루는 곳은 아니다”며 “오히려 충분한 개편시간과 검토시간을 두고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성에 힘을 쏟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청약으로 공급하는 아파트는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는 상품이라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파가 크다”며 “예컨대 오류로 인해 당첨자가 잘못 결정되는 등의 상황이 벌어졌는데 오류가 계약을 마친 이후에 발견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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