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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주고 산 저는요?" 대구 미분양 아파트 1억 할인에 입주민 분통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2.27 07:30

[땅집고] 대구시 동구 율암동 ‘호반써밋 이스텔라’ 단지 내부에 입주자들이 할인분양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대표회의 안심호반 할인분양 대응 입주민모임


[땅집고] “할인 분양 결사반대 입주 금지!”, “무책임한 할인 분양, 호반산업 각성하라!”

최근 대구시에서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건설사 할인 분양 마케팅에 격렬히 반대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나왔다. 지방 위주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자 건설사들이 할인 분양에 나서자, 정상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기존 입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호반산업, 대구 미분양 아파트 최대 9300만원 할인 분양

할인 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파트는 지난해 1월 입주한 대구시 동구 율암동 '호반써밋 이스텔라'다. 지상 최고 16층, 4개동, 총 315가구다.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산업이 시행과 시공을 맡아 2021년 3월 분양했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4억6000만원 정도였다.

'호반써밋 이스텔라'는 준공한 지 1년이 넘도록 전체 315가구 중 45가구가 미분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다.

[땅집고] 대구시 동구 율암동 ‘호반써밋 이스텔라’ 단지 내부에 할인분양 세대 입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대표회의 안심호반 할인분양 대응 입주민모임


호반산업은 지난달 할인 분양 카드를 꺼냈다. 분양가의 15%만 내면 즉시 입주할 수 있도록 하되, 나머지 잔금 85%는 5년 후 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 만약 잔금을 유예하지 않으면 7000만~9300만원을 일시에 할인받을 수 있는 선납 할인도 해주기로 했다. 호반산업에 따르면 이 같은 할인 분양 혜택을 받아 총 20가구 정도 팔렸다.

■입주자들 “재산권 침해…우리도 소급 적용해 달라”

하지만 할인 분양 소식을 들은 '호반써밋 이스텔라' 기존 입주자들은 ‘안심 호반 할인 분양 대응 입주민 모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호반산업이 입주자들과 어떠한 사전 협의나 보상 없이 할인 분양을 진행하는 바람에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것.

[땅집고] 이달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를 차은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는 모습. /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대표회의 안심호반 할인분양 대응 입주민모임


현재 입주자들은 아파트 출입구와 각 가구 발코니에 ‘무책임한 할인분양, 호반산업 각성하라!’, ‘할인분양 결사반대 입주 금지!’ 등 할인 분양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이고 집단 시위 중이다. 지난 22일에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입주자들은 최초 분양자에게도 할인분양을 소급 적용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언론을 통해 “10억원짜리 집을 1억원 할인해주는 게 아니라, 84㎡ 기준 4억6000만원짜리 집을 3억원대로 대폭 할인해서 파는 것”이라며 “건설사는 기존 수분양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 나중에 매매하면 기존 분양자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할인분양을 적용받아 입주한 가구에 대해서는 공용공간 관리비,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 주차비 등에 대해 20% 가산율을 적용해 차등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하락기마다 할인 분양 두고 건설사-입주자 갈등

[땅집고] 전남 광양시 마동 ‘광양 동문 디이스트’ 아파트에 할인분양 세대의 입주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단이 붙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동안 부동산 하락기마다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 분양했다가 기존 입주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종종 벌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남 광양시 마동에 입주한 총 1114가구 규모 ‘광양 동문 디이스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동문건설이 미분양 물량 200여가구에 대해 할인 분양을 진행했던 것. 전용 84㎡ 기준으로 20층 이상은 기존 3억2700만원에서 2억7100만원으로 5600만원 할인했으며, 6~9층은 3억2200만원에서 2억6900만원으로 5300만원 할인했다.

기존 입주자들이 할인 분양 세대 입주를 거부하고, 이들에게 주차 요금과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비싸게 올려서 받겠다고 공표했다. 이런 상황을 찍은 사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전국적 비난이 쏟아졌다.

☞관련 기사: 마피 5000만원에…"싸게 샀으면 입주 금지" 현수막 붙인 아파트 논란

할인 분양 세대차별 행위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2010년대 초반에도 벌어졌다.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2012년 입주한 ‘한라비발디 아파트’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한라건설이 이 아파트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해 30% 할인 분양에 나섰다. 일반분양가가 4억1000만원이던 전용 126㎡ 아파트를 1억1000만원 할인해 3억원 정도에 판매한 것. 이 사실을 접한 한 입주민이 시위 도중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땅집고]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주민들이 아파트 입구를 막은 채 한라건설 측의 할인분양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시행사나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 할인 분양에 나서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등 조치를 취더라도 일반 계약자들이 법적으로 이를 막을 권리는 없다. 2010년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할인 분양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건설사 계약자유 영역”이라며 기각했다.

호반산업은 “할인 분양 절차는 적법하며, 기존 입주자에게 할인 분양을 소급 적용해 주기로 미리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대위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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