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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선도지구 탈락하면 20년 뒤처진다" '분당' 내 4파전 치열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2.20 07:30
[땅집고] 분당신도시 전경. /땅집고DB


[땅집고] “20년 넘은 단지는 모두 선도지구 전쟁에 참전했다고 봐야 해요. 선도지구에서 떨어지면 언제 재건축을 할지 모르니까 완전히 사활을 건 거죠. 현장에선 오래된 단지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고, 역세권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정자동 우성부동산중개사무소 이성일 대표)

[땅집고] 분당신도시 한솔1~단지가 통합동의율 80%를 달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이 추진되는 1기 신도시 ‘분당’에선 정비사업 동의서를 걷거나,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선도지구’ 경쟁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찍이 재건축 동의율을 80%까지 끌어올린 단지들을 중심으로 선도지구 4파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분당 아파트들이 이처럼 경쟁하는 이유는 선도지구에 탈락할 경우, 과거 뉴타운처럼 정비사업이 20년 이상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시범단지격인 ‘선도지구’에 지정되면 각종 예산과 행정 지원을 받고, 안전진단 없이 바로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재건축에 돌입한다.


■ 정부 “신도시마다 1개 선정’…분당에선 이미 4파전 치열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선도지구 지정 신청을 위해 소유주들의 동의서를 받는다’고 안내했다. 치열한 ‘선도지구 쟁탈전’에 참전한다는 말이다.

분당신도시에선 선도지구 깃발을 놓고, 이미 4파전 양상 구도가 형성돼 있다. 정자동 ‘한솔1·2·3단지(청구·LG·한일)’, ‘정자일로단지(임광보성·서광영남·계룡·화인유천·한라)’는 이미 사전 주민동의율 8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매동 ‘풍선효(풍림, 선경, 효성)’,구미동 ‘까치마을1·2단지·주공5단지’도 동의율 70%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땅집고] 분당신도시 내 '선도지구' 추진하는 주요 단지. /김서경 기자


우성부동산중개사무소 이성일 대표는 “선도지구 지정을 준비하는 단지들은 서로 정보교환을 꺼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어디가 선도지구가 될 것 같냐’는 문의가 있어도 고르기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노후 단지보다는 대지 지분이나 역세권 등 여러 조건을 반영했을 때 사업성이 있는 단지가 선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땅집고] 1기신도시 선도지구 주요 계획. /김서경 기자


■ 선도지구 탈락했다간, 재건축 기약 無…20년이상 표류 가능성도

이들 단지가 선도지구 지정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빠른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작년 초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신도시 특별법) 을 공개하면서 윤곽이 드러난 ‘선도지구’는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선도지구 지정 기준은 ▲주민 참여도 ▲노후도 및 주민 불편 ▲도시기능 향상 ▲파급효과 등이다. 국토부는11월로 예정됐던 공모 절차를 올 5월 앞당기고, 하반기엔 분당을 비롯한 5개 신도시의 선도지구를 1개씩 지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4개 요건 중 주민 참여도를 우선으로 꼽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선도지구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선도지구가 지정되는 곳들은 대통령 임기 안에 충분히 착공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주민이 가장 많이 합의하는 단지가 선도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땅집고] 1기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기준. /김서경 기자


반면 선도지구에서 탈락하면 후발주자로 남아야 한다.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뉴타운사업의 경우, 시범사업 선정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은 입주 시점이 20년 이상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범사업에 지정된 길음뉴타운과 은평뉴타운은 각 2005년과 2008년 입주를 시작했다. 반면 시범사업에서 떨어진 동작구 노량진뉴타운과 용산구 한남뉴타운 등은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장위뉴타운은 일부가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반쪽짜리 뉴타운이 됐다.

[땅집고]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알파돔시티'. /땅집고DB


■ ‘분당의 중심’ 판교에서 우리 동네로!

선도지구 아파트 입주 시점인 2030년이 되면 분당에서 가장 주거 여건이 좋은 판교 일대 아파트가 완전한 구축에 접어드는 점도 선도지구 지정 열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정자·수내동 일대에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분당의 중심지가 판교에서 다시 구도심으로 넘어올 수 있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분당 재건축 단지 가격은 하락보다 보합에 가까운 분위기다. 최근 억 단위 낙폭을 기록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과는 대조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현역 역세권 단지인 ‘시범한양’ 전용 134㎡는 올 1월 16억8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직전거래인 2023년 9월 실거래가 15억9000만원(3층)보다 1억 가량 높다. 이 단지는 용적률 201%, 건폐율 16%로 지어진 최고 30층 규모 아파트다.

‘양지마을1단지(금호)’ 전용 164㎡는 올 1월 20억50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2023년 7월 세운 역대 최고 가격 20억8000만원(5층)과 3000만원 차이난다. 이 단지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면서 롯데백화점과 이어진 수내역(수인분당선)까지 직선거리가 170m에 불과해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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