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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비치안경, 인테리어 저작권 문제로 억대 소송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2.19 11:24


[땅집고] 국내 한 다비치안경 체인점.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땅집고] 국내 최대 안경 프랜차이즈 업체인 다비치안경체인(이하 다비치안경)이 인테리어 저작권 문제를 두고 시공업체와 억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사 A씨는 다비치안경의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매장 인테리어를 총괄 정리한 ‘디자인매뉴얼’을 설계·제작했지만, 이에 대한 비용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다비치안경 측이 디자인매뉴얼을 동의 없이 다른 업체에 시공하도록 하는 등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1억70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다비치안경 측은 이 같은 A씨의 주장이 근거가 없으며 일방적이라고 반박한다. 해당 계약은 다비치안경 본사가 아닌 가맹점들과 각각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이미지 바꾸는 ‘디자인매뉴얼’ 무단 사용 주장

A씨는 2020년 4월 다비치안경 본사 인테리어 팀 관계자로부터 ‘디자인매뉴얼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고 인테리어협력업체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다비치안경이 2003년 설립한 만큼 새로운 매장 콘셉트가 필요해, 모든 내부 공간 및 가구를 전면 재설계·인테리어하는 디자인매뉴얼이 필요한 점이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A씨는 기존 다비치안경 매장을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만한 디자인매뉴얼을 고안해냈다. 업종 특성상 수많은 안경을 비치하는 가구를 설계·제작하는 업무가 포함됐다.

[땅집고] 기존 다비치안경 매장(왼쪽)과, A씨의 디자인매뉴얼을 적용해 더 환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바뀐 매장 비교. /A씨 제공


다비치안경의 대표 안경테 브랜드인 ‘비비엠’ 제품들을 보관하는 비비엠장이 대표적이다. 당초 비비엠장은 목조 붙박이장이라 재활용이 불가했는데, 이를 철제 시스템가구로 디자인해 다른 매장에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가의 안경테를 비치하는 ‘명품코너’ 가구도 기존 황금색에서 화이트톤으로 변경했다. 당초 안경 제품 판매에만 주력하던 다비치안경이 콘텍트렌즈 부문에도 진출한 점을 고려해 ‘컨택트바’ 가구도 설계했다. 점원과 고객이 소통하면서 상품 제안할 수 있는 바 형태의 가구인데,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다이크로익 필름을 부착해 디자인 독창성을 살렸다.

이렇게 A씨가 제작한 디자인매뉴얼은 전국 다비치안경 체인점 9곳에 적용됐다. ▲인천신기시장점 ▲나주점 ▲구로디지털단지역점 ▲원당점 ▲군산나운점 ▲대전노은역점 ▲대전도마사거리점 ▲공주산성시장옆점 등이다.

[땅집고] A씨가 설계 및 제작한 ‘컨택트바’ 실제 시공 모습. /A씨 제공


다만 인테리어 설계에 대한 계약은 따로 체결하지 않고 시공에 대해서만 다비치안경 본사가 아닌 각 가맹점주와 맺었다. 이후 본사에 감리비 15%를 제공하도록 하는 조건이었다. 매장 규모는 통상 60~100평이었으며, 시공비는 3.3㎡(1평)당 210만원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A씨는 다비치안경 본사가 디자인매뉴얼을 사전 동의 없이 다른 시공업체를 시켜 위례신도시점 등 전국 곳곳 매장에 적용하면서 문제가 터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사가 디자인매뉴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는데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지적재산권 침해”라며 “그동안 가맹점주가 아닌 시공업체에게 15% 감리비를 내도록 하는 점도 부당하다고 느꼈으나 추가 수주하는 데 손해를 볼까 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는데, 본사가 디자인매뉴얼을 도용하는 모습을 보고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A씨는 디자인매뉴얼 지급 비용으로 1억7000만원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다비치안경 “독자적 디자인 아냐…본사 아니라 가맹점에 따져야”

반면 다비치안경 본사 측은 디자인매뉴얼 저작권 침해를 내세우는 A씨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비치안경 이사 겸 인테리어팀 디렉터 B씨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매장마다 실제 구조나 환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본사와 A씨가 현장에 맞게 도면이나 디자인을 조율해가며 생성했다”며 “즉 A씨가 혼자서 독자적으로 도면이나 디자인을 그려가며 공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B씨는 다비치안경의 경우 정식 매뉴얼 개발 계약을 이미 C업체와 4000만원에 계약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인테리어 매뉴얼이란 1000장이 넘는 디테일한 수치들이 전부 기입돼있는 ‘매뉴얼 북’을 말하는데, A씨가 작성한 것은 이런 매뉴얼 북이 아닌 단순 현장 도면일 뿐”이라고 했다.

[땅집고] 디자인매뉴얼 저작권을 두고 1억7000만원대 소송 중인 다비치안경 본사와 건축사 A씨의 주장 정리. /이지은 기자


다른 근거로는 본사와 A씨가 맺은 인테리어협력업체 계약서를 들고 있다. 해당 계약서 어디에도 A씨가 작성한 설계도면을 계약금액(시공비)과 별도로 계산해서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 따라서 A씨가 주장하는 디자인매뉴얼에 대한 비용은 양측이 합의한 시공 금액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다비치안경 측은 각 매장 시공계약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과 A씨가 직접 체결하도록 되어있는 만큼, 디자인매뉴얼 저작권 침해 및 무단 도용 문제는 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시공계약금의 15%를 감리비로 받아가는 데 대해서는 본사가 각 매장 인테리어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데 대한 용역비라고 설명했다.

다비치안경 본사에 따르면 양측 갈등이 불거진 후 A씨는 마지막으로 시공하던 공주산성시장점 매장에서 가구 교체 등 핵심사항 8가지를 보수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법원에 의해 공사대금 채권이 가압류된 상태다.

■건축업계 “설계·디자인·도면도 엄연히 저작권 있어…시공비와 별도 계산해야”

/셔터스톡


한편 건축·인테리어 업계에선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디자인매뉴얼이라면 그 저작권이 창작자에게 귀속돼야 하며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준철 사단법인 한국실내건축가협회 부회장은 “도면 설계와 시공 공사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그런데도 설계자의 설계·디자인 아이디어와 도면을 시공 공사비에 포함된 것으로 착각하는 건축주가 아직 많다”고 했다.

이지은 법률사무소리버티 변호사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건축 디자인·설계에 대한 저작권 인식이 명확하지 않아 관련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저작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법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혹은 부당이득죄 명목으로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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