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개포동 전세매물 폭탄에 2억 급락…2024년 전세가 급등론 빗나갔다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4.02.13 10:48 수정 2024.02.13 11:50

“입주 더 이상 그만!” 개포동 전세매물에 2억 급락…송파도 이상조짐

[땅집고] 올 해 땅집고에서 실시한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따르면 전문가 90% 이상이 전세금 상승을 전망했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서울 강남권의 시장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최근 입주한 단지 전세 매물이 쏟아진 가운데 이달 중 잔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땅집고가 실제 강남 개포동 전세 시장에 관한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지은 기자


-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세금 시세는?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월 입주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총 6702가구 중에 5887가구가 전세매물로 나와있다. 중복매물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약 3000가구 수준이 전세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은 단지라 실거래 의무가 없다는 점도 전세 매물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이 단지가 자리잡은 개포동은 서울 최대 학군지로 꼽히는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워 전세 수요가 높다. 통상 새학기 시작 전인 12월에서 1,2월에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전에 비해 별로 없고 한산한 편이었다고 한다.

/호갱노노


-주택형별로 전세금 시세 양상이 다른가?
우선 소형주택형은 크게 전세금이 떨어지지 않았고 중대형은 좀 약세다. 전용 59㎡는 지난 1월 9억7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호가 10억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85㎡는 작년 10월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금 호가 11억5000만~12억원으로 하락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인가?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이달 27일까지 입주지정기간으로 이날까지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59㎡는 84㎡에 비해 잔금이 낮은 수준이라 전세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84㎡는 세입자를 못맞추면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 가까이를 직접 내야한다. 잔금을 직접 치르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59㎡ 소유주에 비해 많기 때문에 전세금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입주시점보다 지금 전세금이 낮아지고 있는게 특이한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입주 초기에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금이 낮아지고 입주 막바지 시점에 전세금이 오른다. 그런데 오히려 이 단지는 지난해 하반기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금이 올랐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게 유지하다 잔금일을 앞두고 중대형 주택형 소유주들이 전세금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인근 신축 단지인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84㎡ 전세금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추세를 따라가지 않나?

“해당 매물을 직접 중개했던 공인중개사사무소 취재 결과 거래 시점에 해당 주택형 매물이 2개 뿐이라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높은 금액에 거래됐다. 실제 이후 거래액을 살펴보면 전세금이 하락해 13억5000만원에도 거래됐고 최근에는 호가도 하락해 14억~15억원 정도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보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단지라고 하더라도 인근 신축 단지인 디퍼아 매물이 소진되지 않으면 개자프도 크게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지 전망이다.”

-올해 서울 입주 물량 역대 최저치(2만5000여 가구)라고 한다. 평균 수준보다 1만여가구 부족한 수준이니 강남 개포동에만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아닌가?

“올해 입주 물량 뿐 아니라 내년 입주물량을 합치면 6만 9000여 가구인데 2년치 평균을 내보면 평균치보다 한 해 입주 물량이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내년 입주 예정이었던 올림픽파크포레온 1만 2000여 가구가 올해 입주한다고 하면 올 해 서울 입주물량이 평균치에 비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분양권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서 이 단지에서 전세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


- 임대차법 시행이 4년차에 접어들면서 계약갱신권을 행사할 것에 대비해 집주인이 4년치 전세금을 한번에 올린다는 전망도 있던데?

“2020년에 전세금이 상승했던 것은 단순히 임대차법이 시행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에 금리가 낮았던데다 강남·서초의 경우 반포·개포동 등에서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가 많아서 전세 수요가 급증해 매물이 부족했다는 점도 전세금 급등의 주된 요인이었다. 반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출금리가 하향될 전망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은행에서 이를 선반영해 전세대출 금리를 내렸다. 내린 수치가 0.5% 포인트 내외라 4년전만큼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또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가 완료되면서 이주 수요가 전부 다시 입주했기 때문에 전세 공급이 늘었고 전세 수요가 4년 전만큼 늘어나기 힘들다.”

-개포동 전세 시장 약세가 다른 지역에 미치는 여파는?

“강남구 개포동으로 이사를 많이 하는 송파구 잠실동 전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군 때문에 송파에서 개포동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4년전 강남, 서초 등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이 이주할 때 강남 뿐 아니라 송파쪽으로 유입됐는데 그러면서 송파 전세금이 급격히 올랐다. 그래서 4년 전 송파 잠실엘스 84㎡ 전세금이 1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지금 개포동 전세금이 12억~14억원으로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송파에서 4년전 전세 살았던 사람들이 개포동에서도 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즉 개포동 만큼 오르기 어렵기 때문에 송파 전세금도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낮은 키맞추기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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