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새해가 돌아오면 입학, 졸업 등 큰 이벤트가 많습니다. 특히 가족 사이에서는 축하를 위해 아이들에게 거액의 축하금을 주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이 밖에도 돌이나 생일을 맞은 경우에도 축하의 의미로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주곤 합니다.
46년 경력 국세청 출신 세무사인 유찬영 세무사무소 가문 대표세무사는 “이왕 주는 돈이라면 문제없이 포장해서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축하금의 경우 비과세인데다 아주 큰 금액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금액이 많다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밖에도 현금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선물을 주고도 괜한 원망을 듣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새해가 되면 졸업이나 입학, 평소에는 백일이나 돌 기념으로 거액의 축하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축하금도 용돈처럼 비과세 대상인가.
“비과세가 맞다. 다만 주기적으로 받는 용돈(생활비)과는 구분을 해야 한다. 용돈은 말 그대로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책을 사기 위해 받았다면 책을 사고, 친구랑 놀기 위해 받았다면 노는 데 써야 한다. 하지만 축하금은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
-방송을 보면 유명 연예인이 조카에게 축하금으로 현금 수백만원을 주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수백만원씩 용돈 줘도 증여세 문제가 없는지.
“사회통념상 어긋나지 않는 정도면 괜찮다. 예를 들어 재산이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조카의 첫 돌 맞이 축하금으로 500만원 정도 주는 걸 아주 이례적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 통념을 벗어날 정도로 크지 않은 금액이라면 세무 행정상의 이유로도 과세 실익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과세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 현금 대신 차를 사주는 건 어떤가.
“신차라고 가정한다면 수천만원대가 될 것이다. 사회통념에서 벗어난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부모가 자녀에게 차를 사주는 것도 증여이긴 한데, 차를 사서 부모와 함께 쓰려는 목적으로 샀다는 점이 입증되면 과세하지 않는다.
-대학 입학금을 내주는 것은.
“부양의무 관계가 형성됐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부양의무가 있는 자가 생활비나 교육비를 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증여로 간주할 수 있다.”
-세무사로서 본인이 손자녀에게 축하금을 준다면 어떻게 줄 것인가.
“증여를 한다는 건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귀중한 자산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증여를 하면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세를 낼 책임을 가진다. 하지만 주는 과정에서 세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사 결정은 보통 부모가 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2억원을 자녀에게 주면서 세금을 안 냈다고 가정해보자. 나중에 자녀가 2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세금을 내지 않은 상태로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다면 그 가산세가 어마어마하게 붙는다. 문제가 안 되겠지 하고 어설프게 줬다가는 돈을 주고도 원망을 받는 일이 생긴다. 이왕 줄 거면 미리 신고를 다 마치고 문제없이 포장해서 주는 게 좋다.”
-같은 금액을 줘도 누구는 문제가 되고 누구는 괜찮은 상황이 발생한다.
“2억원 정도라면 굳이 신고하지 않아도 과세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세청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다만 나중에 자녀가 부동산을 사는 과정에서 자금출처조사를 받는다거나, 부모에게 금융 문제가 생기거나 하는 경우에 복잡해질 수 있다. 사전에 불미스러운 상황을 막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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