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동 4000가구 아파트 출입구 9시간동안 봉쇄한 까닭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2.09 07:30

[땅집고]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출입구 앞을 틀어막은 자동차.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상가 관리단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서울 강동구 새아파트촌인 고덕지구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고덕아르테온’. 최근 단지에서 주차비 문제를 두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상가관리단 간 갈등이 터졌다. 마찰이 격화하면서 상가에 입주한 자영업자들이 아파트 출입구 4곳을 자동차로 틀어막아, 약 9시간 동안 4000가구가 넘는 입주민들이 출입을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이달 1일.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해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들과 자영업자 일부가 아파트에 난 모든 진입로에 자동차를 주차해 소란이 벌어졌다. 유치원·학원 차량은 물론이고 출동한 경찰차까지 출입하지 못하면서 입주민과 상가관리단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2020년 입주한 총 4066가구 규모 ‘고덕아르테온’은 아파트와 상가가 주차장을 공유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총 주차대수는 6405대. 가구당 1.57대 수준으로 신축 아파트 중에선 적은 편이다. 여기에 상가 몫의 무료 주차 공간으로 46대가 등록돼 있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5번 출구를 나가자마자 보이는 고덕아르테온 아파트. /땅집고DB


그런데 고덕아르테온 상가 주차장이 무료라는 소식이 고덕지구 일대에 알려지자, 동네 주민들이 이 상가를 이용한다는 명목으로 주차장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심지어 지역 커뮤니티에선 ‘자동차를 고덕아르테온에 주차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 하면 편리하다’는 등 꿀팁(?)까지 공유될 정도로 외부인들의 주차장 이용이 빈번했다. 이렇게 몰려든 외부인들이 상가에 배정한 46대를 초과하는 주차공간을 차지하는 바람에 주차장이 늘 만석이었고, 정작 입주민들은 주차를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결국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와 상가관리단이 협의에 나섰다. 논의 끝에 양측은 ‘상가 측 확인을 받았을 때는 주차요금을 1시간 무료에 10분당 500원으로 정하고, 확인받지 않았을 경우라면 10분당 2000원’이라는 규칙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입주자대표회의가 주차운영계약 만료를 앞두고 상가관리단 측에 새 조건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차 한 면당 비용을 기존 6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하고, 상가 방문 차량에 제공하던 무료 주차 1시간도 30분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주차장 관련 수익은 100% 입주자대표회의가 갖는 조건도 포함됐다.

위 조건이 부당하다고 느낀 상가 측은 ‘최초 2시간 무료에 10분당 500원’, ‘주차 수익 5대 5 배분’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입주자대표회의에 발송했다. 주차장 비용이 오르면 상가 이용객이 줄어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주차장 출입구를 한 차량이 막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그럴거면 상가관리단 몫의 주차장을 100억원에 매입해가라’는 취지로 조건 제시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가 상가 등록 차량을 전부 삭제한 뒤, 올해 2월부터는 방문증을 제시해야만 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 같은 처사가 부당하다며 반발한 상가 측이 결국 아파트 출입구 4곳을 자동차를 활용해 전면 봉쇄하게 된 것이다. 

이런 주차장 갈등은 관리비 납부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고덕아르테온 공유지분 구조는 아파트 98%에 상가 1.56%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그동안 상가 측이 공용 부분, 즉 주차장에 대한 관리비를 내지 않았으므로 상가 소유자 및 임차인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자리잡은 고덕아르테온은 최고 34층, 41개동, 총 4066가구 규모 대단지다. 지하철 5호선 상일역 출구와 맞붙은 초역세권 입지면서 단지 규모가 커 고덕지구 일대에서 대장주로 꼽힌다. 시공은 현대건설과 대림산업(현 DL이앤씨)가 맡았다. 올해 1월 이 아파트 84㎡(34평)이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면적이 작은 59㎡ (25평)은 지난해 10월 11억9500만원 거래가 가장 최근이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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