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의선숲길, 사라질 뻔했다가 '800억대' 수익 안겨준 효자된 비결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2.05 17:09
[땅집고] 경의선 숲길 모습. /서울시


[땅집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올라오면 길게 뻗은 공원이 나타난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인 및 가족들이 모이는 곳이다. 날이 어둑해지면 악기 연주나 노래를 하는 이른바 ‘버스킹’ 공연도 펼쳐진다.

이곳은 뉴욕 명소인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숲길이다. 원래는 100년 이상 방치됐던 폐 철로에 불과했으나, 서울시가 2010년 산책로와 공원을 조성하면서 남녀노소를 끌어들이는 서울 명소가 됐다.

시에 따르면 경의선숲길에는 하루에만 2만4000명 이상이 다녀간다. 1년으로 환산 시 885만명에 달한다. 서울 인구가 938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에 사는 10명 중 9명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경의선숲길이 사라질 뻔한 일이 일어났다. 땅 주인인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를 상대로 공원 사용료를 내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땅집고] 경의선 숲길 모습. /서울시


사건의 발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현용 국가철도공단(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경의선숲길 공원 조성과 홍대입구·공덕역 등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는 서울시가 국유지인 경의선숲길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조건이 담겼다.

시는 그해 1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홍제천부터 용산문화체육센터까지 연결된 경의선 지상부 6.3㎞ 구간에 경의선숲길을 조성했다. 산책로와 휴게시설, 공원, 관리실 등을 조성하는 데 쓰인 시 예산은 총 358억원이다. 매년 관리 비용으로만 20억원이 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땅집고] 국유재산법 시행령 중 일부. /김서경 기자


그러나 협약 이듬 해인 2011년 4월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4월 국유재산법 시행령 32조 6항을 신설해 ‘국유지 무상 사용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명시했다. 공단이 서울시에 사용료를 청구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후 국가철도공단은 이 조항을 근거 삼아 서울시에 2020년 11월 국유재산 사용료(변상금) 421억원을 내라고 했다.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유지를 무단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가 변상금 부과에 응하지 않자, 공단은 2021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땅집고] 경의선 숲길 모습. /서울시


약 3년 후 재판부는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2010년 오 시장과 조 전 이사장이 맺은 협약을 근거로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했는데, 이후 개정된 시행령으로 인해 협약 내용이 무산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이를 원상태로 되돌리기엔 양측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은 협약으로 인해 공단이 이득을 본 것도 참작했다. 공단은 협약 이후 공덕역과 홍대입구역 개발을 통해 2700억원 수익을 거뒀다.

시 관계자는 “법원에서 긴 시간 폐철길만 있던 곳에 서울시 예산을 투입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 점을 인정받았다”면서 “앞으로도 변상금이 청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해 시는 약 10년간 800억원을 아끼게 됐다”며 “이 예산을 변상금으로 내지 않은 만큼, 서울시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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