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주작 같아 보인다면 할 말 없는데, 하루아침에 대출 빚 5억원이 사라졌음. 너무 신기하고 사실 아직도 이해가 잘 안됨.”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루아침에 주택담보대출 빚 5억원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몰고 있다. 이 글은 쓴 사람은 일본인 아내와 결혼했다고 밝힌 남성 A씨. 그는 “나한테 일어난 일인데도 그냥 신기해서 올려본다”며 말문을 시작했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35년간 상환해 나갈 계획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도인 5억원 정도로 받아서 도쿄에 아파트를 샀다. 얼마 되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아져 병원에 갔는데, 림프종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림프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발열, 체중 감소, 피곤함 등 증상을 동반하거나 목이나 겨드랑이 등 부위에 커다란 혹이 생기기도 하는 병이다. A씨는 “죽을병인 줄 알고 울고불고 난리 쳤는데, 알고 보니 살만한 병이었고 고혈압처럼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림프종에 걸린 A씨에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집을 산지 11개월 만에 5억원에 가까웠던 주택담보대출 빚이 사라졌다는 통지를 받은 것. 알고 보니 대출 조건 중 악성암에 걸리는 경우 대출 원금 할부가 종료돼 완납 처리되는 특약이 걸려있었다. A씨는 “아직도 이런 특약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사실 이해가 잘 안되지만, 보험비만 10년 치 연봉이 들어왔으니 아내에게 일을 그만 두고 쉬자고 제안했다”며 글을 마쳤다.
하루 아침에 5억원 대출 빚이 탕감된 이유가 뭘까. 땅집고 취재 결과 A씨는 일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음과 동시에 ‘신용생명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출 상환 원금과 이자에 보험료를 합해서 납부하는 식이다. 이런 경우 가입자에게 사망·질병 등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납입했던 보험금으로 주택담보대출금이 상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상품이지만, 버블경제와 장기 경기 불황을 경험한 일본에서는 주택담보대출시 금융회사가 신용생명보험 가입을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일본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일본 주택담보대출자의 99%가 신용생명보험에 가입한다.
주택담보대출시 신용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장점이 여럿 있다. 대출자가 사망하거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남겨진 가족들에게 빚이 떠넘겨지는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족들이 집을 급매도하지 않고도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신용생명보험이 대출금 미회수 위험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도 신용생명보험 상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2년 카디프생명(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처음으로 신용생명보험을 도입해 올해로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대중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빌미로 다른 상품을 강매하는 이른바 ‘꺾기’라는 오해가 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선 이런 부정적 인식이 사라진다면 신용생명보험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출 비교·중개플랫폼 핀다 관계자는 “신용생명보험은 선진국에선 제도적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라며 “고금리 시대에는 신용생명보험이 대출 미상환과 빚의 대물림 충격을 줄여주는 등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상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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