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뉴스] “신난 건 이자 장사 LH 뿐?” 위례신사선 공수표, 3기 신도시라고 다를까
[땅집고] “위례 사람들은 착해도 너무 착해요.” 요즘 위례 시민들 보고 하는 얘깁니다. 신도시에 입주하고 나서 10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교통망 하나 없는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데요.
더군다나 입주하기 전에 돈도 냈습니다. 교통망 지어달라고 가구당 700만원씩 조성원가에 포함해서 돈을 냈는데 지금까지 첫 삽도 못 뜬 상황이에요. 이런데도 난리를 치지 않고 참는 게 착하다는 거죠.
위례신도시는 2008년 정부가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이라는 이름으로 3조7648억원을 들여 총 21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위례신사선’입니다.
사업이 늦어진 데는 노선 변경, 건설사 교체, 공사비 급등 등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한데요.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 해도 기약도 없이 사업이 미뤄지고 있어 주민 입장에서는 열 받을 만 합니다.
주민들이 조성원가에 포함해서 낸 돈을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이라고 하는데요. 그게 총 3100억원이고 그 돈으로 정부가 위례신사선하고 트램 만들고 도로, 환승센터 같은 것도 세워주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은 걷어놓고 사업 진행은 여러 이유를 대고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어서 정부가 주민 상대로 ‘분양사기’를 쳤다, ‘먹튀’다 이런 논란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 신도시를 짓기 전에 미리 돈을 걷는 이유는 뭘까요. 신도시 교통망을 조성하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걸 정부 혼자서 다 감당하기는 어렵잖아요.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 비용이 31조8200억원 정도거든요. 위례신사선만 따로 떼고 봐도 건설 비용이 1조1597억원 규모고요. 이걸 나랏돈으로 다 할 수는 없으니 교통망 건설로 이득을 보는 쪽에서 돈을 부담하자는 겁니다. 대신 자금 여유가 생긴 만큼 사업 속도는 빨리 내주겠다는 거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2009년에 이 돈을 걷었고, 이 큰 돈이 모인지 어언 14년이 됐잖아요. 사업이 미뤄지면서 묵혀뒀으니 그 이자도 상당할 겁니다. 연 3% 이율을 적용한 이자만 해도 1200억원 정도가 된다고 하고요.
그래서 이 돈을 사업시행자인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꿀꺽했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돈을 낸 거니까 여기서 나오는 수익이 있으면 주민에게 환급해주거나 사업비에 사용해야 하는데 이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LH가 사업 추진이 미뤄진다는 핑계로 이자 장사한 게 아니냐 소리가 나오기도 했고요.
이자 장사도 문제지만 이 돈을 누가 얼마나 대느냐를 명확하게 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젭니다. 현행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에서 명확한 비용 부담 비율을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정부, 지자체, 사업시행자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협의해 이 분담 비율을 임의로 정하는 식으로 진행돼서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이렇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 사업시행자 간에 비용 분담 비율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는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돈을 내고도 이후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누가 더 낼지를 정하지 못해서 사업이 계속 미뤄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무산되기도 하는 거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쉬운 쪽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내고 사업을 추진해야 되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각 지구의 환경에 따라서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비율이 제각각으로 나눠집니다.
2018년에 걷었던 분담금 비율을 보면요. 판교신도시는 입주민 한 명당 평균 1838만원을 냈고, 화성비봉지구는 한 명당 405만원을 냈어요. 교통망 개설에 따른 이득이 화성보다는 판교에서 4배 이상 컸다는 얘기겠죠.
LH측에 분담금 부담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는데요. 지구마다 환경이 다른데다 위치에 따라 교통망에 따른 편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 싸움이 너무 길어질 때 광역교통 마련이 시급한 경우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럴 때는 분양자들이 교통시설 건설비를 상당 부분 부담하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자체랑 주민이 돈을 다 부담하면 예비타당성조사 같은 사업성 검토 단계를 패스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진행한 대표적인 노선이 바로 ‘김포골드라인’이에요. 물론 급하게 추진하느라 수요 예측에 실패하는 부작용이 따르기도 했고요.
재밌는 건 이 돈을 걷는 방식이 좀 독특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분담금을 따로 받는 게 아니라 조성원가에 포함하고 나서 간접적으로 분양가에 반영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역세권에 더 가까운 단지거나 교통망이 생김으로써 수혜를 많이 받는 지역일수록 조성원가가 높게 책정되다 보니 분양가가 더 비싸요. 정차역이나 도로에 더 가까울수록 교통망 이용에 따른 이득이 크니까요.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나올 3기 신도시 분양가가 이 분담금으로 인해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3기 신도시에 교통망이 거의 전무하잖아요. 그러니까 새로 교통망을 깔려면 얼마나 큰 예산이 투입되겠어요.
LH가 2기 신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돈이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까 3기 신도시는 좀 넉넉하게 걷고 사업 시작하려고 분담금 비율을 늘렸습니다. 전체 사업비의 20%를 분담금으로 책정한건데요. 사업 규모가 크다 보니까 이 분담금도 꽤 큽니다.
2기 신도시를 보면 한강 신도시를 기준으로 가구당 1200만원, 광교신도시 기준 2200만원 정도 분담금이 분양가에 반영됐거든요. 가구당 한 2000만원 정도를 내는 거죠. 3기 신도시는 전체 예산의 20%를 걷기로 했으니 가구당 분담금이 한 40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그럼 돈은 돈대로 걷고 매년 착공을 미루는 ‘제 2의 위례신사선’ 사태를 재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이런 기준을 마련해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요.
사업이 지연되면서 분담금에 이자가 붙었을 땐 이걸 어떻게 쓸 것인지, 만약 일정 기간이 지나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서 무산된다면 모은 분담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같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거죠. 그래야 주민들도 내가 부담한 분담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무산되더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을 수 있잖아요. 유효 기간을 정해두면 불필요한 희망고문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요.
결론적으로 3기 신도시 분양가가 물론 시세보다 싸게 나올 거긴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교통분담금이 반영되면서 거품이 낀 비용이 있는 거고요. 이게 교통망을 짓는데 잘 쓰이면 다행이지만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비용이 많은 게 문제인 거죠.
수요자 입장에서 분양을 받을 때도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입주할 지역의 지자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예산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의 의지가 강한 동시에 자금 여유가 있으면 교통망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부분들 잘 따져보셔서 수천만원씩 내고 스트레스받는 일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 월세 90만원에도 계약 대기까지 있다고? 수익률 끝판왕 임대형기숙사 ☞ 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