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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방문자수 45명 '유교랜드', 단숨에 1000명으로 날아오른 비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1.31 17:26

[땅집고] 경북 안동시가 세금 430억원을 들여 지은 안동 유교랜드 건물. /유교랜드 홈페이지


[땅집고] “이런 노잼랜드에 세금을 400억 넘게 쓰다니 정말 미쳤군요;;”

경북 안동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면 ‘안동 유교랜드’에 도착한다. 유교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안동시가 2013년 온 국민들이 유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지은 건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방문객이 45명에 불과해 유령건물이나 다름 없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유교랜드는 지하 2층~지상 3층, 연면적 1만3349㎡ 규모다. 당초 안동시가 입장 수익이 연간 9억~10억원 정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세금을 430억여원이나 투입해서 지었다. 하지만 매년 2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면서 지방 소도시인 안동시 예산을 까먹는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땅집고] 유교랜드 방문객이 적은 원인으로는 흥미를 유발하기 힘든 유교 콘텐츠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유교랜드 홈페이지


유교랜드를 찾는 사람이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주력 콘텐츠가 지금 시대 상황과 다소 동떨어진 유교 문화를 기반으로 한 데다, 각 체험시설도 사람들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

예를 들면 건물 2층에 조성한 ‘소년선비촌’ 전시관에 대한 홈페이지 설명으로는 ‘최근 가정이 핵가족화되면서 소위 버릇없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의 단면을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다투고 있는 장면으로 연출해, 이를 엿보고 있던 소년선비 동이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해답을 찾도록 안내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3층 ‘참선비촌’에선 선비들의 생애를 기리는 묘비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린아이들도 도무지 흥미를 가지기 힘든 내용의 콘텐츠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땅집고] 유교랜드 건물 내부. /유교랜드 홈페이지


유교 콘텐츠를 즐기려는 사람이 얼마 없는데도 관람료가 일반인 기준 9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7000원 등으로 책정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설 치고는 비싸다는 점도 사람들 발길이 끊어진 원인으로 지적됐다.

유교랜드가 적자 행진인 ‘노잼랜드’(재미가 없다는 뜻의 신조어와 유교랜드를 결합한 단어)로 전락한 데는 경북문화관광공사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교랜드를 건립한 것은 안동시지만 건물 운영 및 관리는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담당했는데, 공사가 영업 손실에 대한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는다. 적자가 나도 상관없는 구조이다.

[땅집고] 유교랜드 2층 소년선비촌을 메타버스 콘텐츠 관련 재정비한 모습. /안동시


결국 유교랜드는 콘텐츠 부족과 만성 적자라는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2023년 초부터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말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방식의 유교체험 박물관 기능을 갖추고 다시 문을 열었다. 재정비하는 데 48억원 예산이 추가로 투입됐다.

안동시는 유교랜드가 재개장 이후 지금까지 주말 관람객이 평균 1000명을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하루 평균 방문객이 45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재정비한 효과가 제법 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 관람객이 내는 입장료로는 그동안 발생한 적자 폭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역 사회에서는 공공시설 특성상 큰 운영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어느 정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혈세를 투입해 짓는 만큼 애초에 유교랜드 건립 취지 및 사업타당성을 철저히 분석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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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 쓰고 하루방문자수 45명 '유교랜드', 단숨에 1000명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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