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미분양 무덤 지방에 이 가격?" 청약 미달에도 배짱 분양가 내놓은 까닭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1.30 17:30 수정 2024.01.30 18:02

[땅집고] 저조한 분양 실적으로 인해 자금난에 처한 시공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분양 무덤’ 비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고분양가 아파트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알짜 입지라는 이유로 지역 최고 수준 분양가를 책정한 사례도 상당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공택지를 낙찰받고도 분양을 미루거나, 급히 자금 수혈을 받는 기업이 나올 정도로 업계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 전문가들은 옥석 가리기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가 올라가는 추세라면서도, 시장 흐름을 간파하지 못한 가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땅집고] 경북 포항시 남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더샵 상생공원' 아파트 완공 후 예상 모습.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엔씨


■ 미분양 무덤이지만, 대장 입지는 달라!

경북 포항은 대표 미분양 지역이지만, 1군 건설사 진출이 활발하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가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더샵 상생공원(1·2단지)’의 평당 분양가는 1620만원으로, 포항 아파트 분양가 중 최고 수준이다. 면적 별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84㎡ 5억6390만원 ▲전용 127㎡ 8억790만원 이다.

이는 포항 남구 대장주로 평가받는 ‘포항자이’와 비교해도 높다. 2020년 11월 6억5000만원(31층)에 거래된 ‘포항자이’ 전용 84㎡는 이달 4억1000만원(5층)에 팔렸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포항 미분양 아파트가 외곽에 있는 것과 달리, 이 단지는 정주여건이 포항 남구 도심 지역에 들어서는 게 강점”이라며 “남구에 약 10년만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라서 지역 기대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포항 대표 미분양 단지로는 ‘한화포레나포항2차’, ‘포항아이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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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더샵 상생공원’ 직전 분양단지인 ‘학산 한신더휴 엘리트파크’ 역시 대표 미분양 단지다. 한신공영이 2022년 12월 포항시 북구 학산동에서 공급한 ‘학산 한신더휴 엘리트파크’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5억을 밑돌았지만, 5개 중 4개 주택형에서 미달했다.

[땅집고] 두산건설이 부산시 진구에 공급하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 완공 후 예상 모습. /두산건설


■ P까지 반영한 분양가…건설업계 공사비 상승은 ‘덤’

우수한 입지는 물론, 프리미엄을 감안해 분양가를 책정한 경우도 있다. 두산건설이 부산 진구에 선보이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이다. 이 단지는 부산지하철 1호선 양정역 역세권 300m 이내며, 부산 주요 대로 중 하나인 거제대로에 접해 있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선분양으로 진행하기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웠다”며 “추후 반영될 프리미엄(P)과 인근 시세를 고려해 분양가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고분양가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개 건설사들은 대출을 받아 분양 사업을 진행한 뒤 분양대금을 받은 시행사로부터 공사비를 회수한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이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 마지노선은 분양률 60% 안팎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분양가로 인해 지방 미분양 주택 수가 더욱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알짜입지라도 최종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지 않으면 분양이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라는 이유로 고분양가를 고집하면 자칫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공사비 상승이라는 공급자의 사정을 고려할 정도로 수요자들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일부 사업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신탁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인해 사업비 축소 효과를 못볼 수 있다”고 했다.

건설사들이 불가피하게 고분양가를 택했다는 의견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인건비, 자재비 상승분을 고려했을 때 가격을 더 낮추지 못해 역대급 최고가 아파트를 내놨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많았다가 제법 빠진 뒤 다시 쌓이는 모습인데, 건설사 입장에선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시장 분위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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