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거래된 게 별로 없어요. 사업비까지 생각할 때 추가 분담금이 많이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입주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일반 분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넘어가는 거죠.”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정비사업 곳곳이 공사비 인상으로 갈등을 보이면서 ‘조합원 입주권’ 메리트도 사라지고 있다. 정비사업 자체가 불확실성이 큰 데다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조합의 부담이 가중돼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한 때 눈에 불을 켜고 찾던 ‘조합원 입주권’, 거래 실종
잠실 ‘로또 분양’으로 꼽히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시공사가 공사비를 평당 200만원씩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3.3㎡당 공사비를 665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조합 측에 공문을 보냈다. 공사비를 인상할 경우 조합 분담금은 가구당 평균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조합원 분담금 평균 1억2000만원보다도 훨씬 높다. 조합은 이보다 낮춘 공사비 765만원으로 시공사업단(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과 재협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 '잠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 해 최고 35층, 23개동, 2678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570여 가구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강남 입지에 8호선 몽촌토성역 역세권 아파트, 특히 18년만에 잠실에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로 수요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이 일대 조합원 입주권은 거래가 실종됐다.
전용 84㎡ 조합원 입주권 매물 호가는 최고 27억원이다. 잠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전용84㎡ 최근 매매 가격은 23억원~24억원이다. 조합원 입주권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나와 있어 오랜 기간 팔리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조합원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입주권의 인기도 뚝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거래가 된 게 별로 없다”며 “사업비까지 생각할 때 추가 분담금이 많이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입주권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 떨어지고, 최근에는 (수요자들이) 일반 분양을 기다리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대형 평형대 입주권 매매 가격은 사업이 지체 되는 1년새 8억원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M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55평이 2022년에는 40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작년에는 3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했다.
■ 조합원 갈등에 문화재까지 발목 잡더니…갈 길 먼 ‘잠실 래미안아이파크’
잠실진주는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2년 재건축을 시작해 13년만에 조합을 설립했다. 이 단지 대형 평형대 소유주는 재건축 물량 ‘1+1’ 분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1+1’ 분양을 신청한 대형 주택형 소유자들이 이주비 대출 금지를 적용 받아 조합원 지위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금융당국 예외 기준 확대로 잠실진주 대형 주택형 소유주들도 대출 막차에 올라 탔고 2021년 드디어 착공했다.
하지만2021년 첫 삽을 뜨자마자 백제 문화재가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문화재 이전 문제를 해결하고 공사를 재개했으나 지난해 말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또 다시 멈출 위기에 놓이면서 20년 간 지독한 재건축 굴레에 갇히게 됐다.
■ “입주권 메리트요?”…추가 분담금 부담에 ‘입주권’ 수익성 기대 어려워
입주권은 일반 분양에 비해 분양 가격이 저렴하고 저층을 제외한 비교적 좋은 동·호수 당첨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주비 대출 무이자, 이사비 지원, 확장비·가전제품 무료 옵션 등의 혜택도 있다. 특히 일반 분양 가격보다 10~15% 정도 낮은 가격으로 공급을 받는다.
다만 정비사업이 중단되거나 추가 분담금 상승에 대한 위험 부담도 동시에 갖는다. 사업이 무산되거나 진행 속도가 더딜 경우 프리미엄은 커녕 처분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사비 인상이 조합의 비용 증가와 사업 지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입주권 메리트가 상실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입주권 투자의 경우, 입지를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여부, 추가 분담금 가능성을 철저히 살펴 보고 매수를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분양권 같은 경우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있는 지역에는 어느 정도 분양가가 낮게 형성돼 입주권과 일반 분양 가격 중 어떤 옵션이 더 이득이 될지 비교 해봐야 한다”며 “원래 입주가 가까워 오면 분양 청약 당첨 후 일반 분양으로 받는 것보다 입주권이 비싼 건 맞다”고 했다. 동·호수 등이 조합원 입주권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오르면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 입주권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이 지체될수록 매달 나가는 금융 비용 이자, 이주비 이자가 입주권에 전가돼 시장에 나오게 될 수 있다며 입주권 거래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비사업은 변수가 많고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을 넉넉하게 책정한 후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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