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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등장한 용적률 991% 아파트, 앞으로 더 늘어난다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1.25 07:30

[영상뉴스] ‘닭장’, ‘벌집’ 조롱 쏟아져도…빽빽한 아파트 짓는 이유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준공한 용적률 991%짜리 아파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여러분, 이런 아파트 어떠세요? 반응이 꽤 갈리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앞으로 이런 ‘닭장 아파트’,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최근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역대급 ‘초고용적률 아파트’! 지난해 6월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입주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입니다. 최고 59층에 가구수는 1152가구나 되는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인데요.

일단 외관 사진 보면 어떤 느낌 드시나요? 딱 봐도 주변 낮은 건물들과 너무 비교되죠? 바라보기만 해도 빽빽하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일명 ‘닭장아파트’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붙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건물을 바라볼 때 빽빽하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용적률이 1000% 수준으로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용적률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 있을거에요. 건물이 지어지는 전체 땅 면적 대비 건물의 모든 층을 합한 면적인 연면적이 차지는 비율을 백분위로 나타낸 수치가 바로 용적률입니다.

[땅집고] 용적률의 정의. /이지은 기자


보통 주거지역에 짓는 일반아파트는 용적률이 100~300% 정도됩니다. 외관상 보면 이런 식입니다. 용적률 100% 미만인 과천주공10단지, 159%인 래미안강남힐즈, 254%인 신길파크자이 등입니다. 동네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느낌의 아파트들 다들 많이 보셨을거에요. 꽤 한적하고 널널한 느낌을 주죠.

[땅집고] 용도지역에 따른 용적률. /이지은 기자


그런데 현행법상 상업지역에선 아파트 용적률을 최고 1000% 이상으로 높여서 지을 수 있는데요. 보통 ‘건물이 좀 빽빽한데?’ 라는 느낌을 주는 용적률 기준이 500~600% 이상이라고 하니까, 그야말로 아파트를 어마어마하게 높게, 빽빽하게 지을 수 있다는 얘기겠죠.

그렇게 탄생한 아파트 중 하나가 바로 처음에 보여드렸던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입니다. 역세권 상업지역이라 용적률이 991%에 달합니다. 청량리역 일대 상업지역마다
이런 초고용적률 아파트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데요. 지난해 1월에는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998%)가 입주했고, 7월에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995%) 등이 준공했습니다.

[땅집고] 서울 도심 아파트 전경. /서울시


그런데 이런 초고용적률 아파트, 분명히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좋은 점 먼저 알아볼까요. 아무래도 용적률이 높으면 같은 면적의 땅이더라도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집 지을 땅은 모자라는데 살고 싶은 사람은 많은 서울 같은 인기 지역에는 이런 초고용적률 아파트가 거의 유일한 주택 공급 대안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습니다.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경우에도 용적률을 끌어올릴수록 조합원들이 이득입니다. 새아파트를 많이 지어서 일반 시장에 분양하는 만큼 조합 측이 거두는 분양수익이 많아지니까, 이 돈으로 재건축 사업비를 충당하면 돼서 조합원들이 내야하는 부담금이 줄어들거든요.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 들어선 초고용적률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들. /강태민 기자


상품성 측면에서는 랜드마크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게 좋은 점입니다. 초고용적률 아파트일수록 키가 크니까 지역 일대에서 굉장히 돋보이고 고급스러워보이면서, 다른 낮은 아파트에 비해 희소 가치도 있거든요.

그리고 재건축 재개발로 이런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동네일수록 낡았던 동네 분위기가 상전벽해, 환골탈태 수준으로 빨리 바뀌기도 합니다. 실제로 청량리역 근처도 원래 성매매 업소가 몰려있는 집창촌이면서 낡은 단독주택, 빌라가 몰려있어서 서울에서 지역 이미지가 그닥 좋지 않았거든요. 이제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같은 초고용적률 새아파트가 많이 생겨서 서울 동북권 핵심 주거지 자리를 꿰찼습니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용적률이 1000%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초고용적률 아파트를 지으면 지불해야할 대가나 부작용도 상당합니다. 가장 큰 문제가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건데요.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는 보통 30~40층 정도로 지을 때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 층수면 주택도 공급할 만큼 할 수 있고, 공사비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이 되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런데 아파트 층수가 이 이상으로 높아지면 건물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특수 공법이나 자재가 필요하고, 지하층도 그만큼 깊게 파야해서 공사비가 거의 2배 이상으로 뛴다고 합니다.

튼튼하게 지어야하는 만큼 공사 기간도 확 늘어나겠죠. 보통 건설업계에선 일반적인 아파트를 지으려면 평균 2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요.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30개월(2년 6개월), 50층 이상은 40개월(3년 4개월) 정도를 들여야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재 재건축 사업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한때 조합 내에서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49층으로 높일까 말까 의견이 갈린 적이 있었는데요. 층수를 상향할 경우 사업비가 무려 2000억원 더 들 것으로 추산됐어요. 조합원 한명당 8700만원 정도를 더 내야 하는 수준이고요. 공사 기간도 1년 정도 더 걸린다고 했답니다.

부산 해운대에 2016년 분양했던 최고 84층, 용적률 945%짜리 랜드마크 아파트 ‘엘시티’도 당시 건축비가 평당 737만원 정도였습니다. 20층대 일반 아파트가 300만~4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싸서 사람들이 다 혀를 내둘렀던 적이 있답니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노후 주거지 가운데 초고용적률 주상복합아파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이 우뚝 서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아까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닭장 수준으로 집이 빽빽해지는 모습 보셨죠. 이것도 초고용적률 고밀 개발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힙니다. 닭장 아파트가 도시 미관을 망치고 주거 쾌적성도 떨어뜨린다는 거에요.

무엇보다 이런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한 지역의 도시계획이 크게 망가진다고 합니다. 지자체가 ‘이 지역에는 이 정도의 건물이 들어서고 이 정도의 사람이 살 것’으로 계획하고 도로, 버스노선, 지하철노선, 학교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놨는데, 너무 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초고용적률 아파트 때문에 이런 계획이 깨지면서 교통혼잡이나 학급과밀, 일조권·생활권 침해 등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청량리 일대에선 출퇴근시간마다 자동차 타고 도심으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면서길이 너무 막혀서 인내심 테스트 수준으로 기다려야 한다고 하죠.

[땅집고] 2023년 6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 입주한 용적률 991% 주상복합아파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온라인 커뮤니티


이 밖에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화재나 지진 등 재난상황에 대피가 어려운 점, 바람이 초고층 건물 사이를 지날 때 풍속이 5~6배까지도 빨라지는 빌딩풍 현상이 발생하면서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자동차가 뒤집혀 인명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땅집고 구독자 여러분들은 이런 초고용적률로 지은 닭장아파트에 한 번쯤 살아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너무 답답해서 싫으신가요? 여러분 의견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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