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진즉 지었으면 재건축할 텐데 30년째 흉물이네요" 포항 남구에 무슨 일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1.22 15:20 수정 2024.01.22 15:21
[땅집고]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로 54번길에 있는 '오천티엔비' 아파트 현장. /네이버지도


[땅집고] “짓다 만 아파트가 30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밤에 보면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 한때는 누가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어요.”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로 54번길에는 30년째 시간이 멈춘 한 아파트가 있다. 12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나홀로 아파트로, 제법 뼈대를 갖췄지만 대낮에 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단지를 둘러싼 파란 그물망과 철제 가림막은 언제 세웠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녹이 슬거나 부서져 있다.

북쪽에서 보면 아파트 외관은 더욱 처참하다. 회색빛 콘크리트는 검게 변해 불에 탄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최상층에는 골조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흔적이 있다. 뾰족하게 솟은 철근은 30년째 비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땅집고]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로 54번길에 있는 '오천티엔비' 현장 인근 녹슨 트럭. /네이버지도


이런 세월의 흔적은 아파트 단지 밖에서도 볼 수 있었다. 공사장 옆에 주차된 덤프트럭은 시뻘겋게 녹이 슬었다. 공사장 가림막을 따라 걷다 보면 포항남부경찰서와 포항시 건축과가 내건 ‘무단출입을 일체 금지합니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있다.

같은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하나둘 재건축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이 아파트는 제대로 도색 한 번 하지 못한 채 쓸쓸히 30년을 보낸 것이다.

[땅집고] '오천티엔비' 아파트를 단지 북측에서 바라본 모습/네이버지도


이 아파트는 ‘오천티엔비’다. 1994년 12월 31일 T건설사는 부지 1만323㎡ 에 걸쳐 최고 15층, 아파트 1개동을 짓기로 하고, 이듬해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정률 45% 상태에서 시행사가 부도를 맞이했고, 얼마 후 공사가 중단됐다.

8년 뒤인 2003년 봄, T건설사가 다시 이 현장을 찾으면서 사업이 기지개를 펴는 듯 했으나, 자금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두 번째 고비를 맞이했다.

이로부터 약 10년 뒤, 포항시가 아파트 사업시행자 변경 고시를 내면서 다시 완공 가능성이 제기됐다. 울산시 남구에 주소를 둔 S개발사가 이 사업을 넘겨받기로 한 것이다.

당시 고시를 보면 건설 규모는 아파트 15층, 1동, 114가구로, S개발사가 기존 사업 계획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S개발사 역시 이 아파트를 제대로 완공시키지 못했고, 오천티엔비는 끝내 지역 흉물로 남게 됐다.

[땅집고]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로 54번길에 있는 '오천티엔비' 아파트 현장에 걸린 현수막. /네이버지도


이 폐건물을 정비할 방법은 있다. 폐건물의 경우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7조2항에 따라 행정조치가 가능하다. 개인 소유물이더라도 1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이라면 미관을 저해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을 이유로 시·군수·구청장이 지방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철거 명령을 할 수 있다.

다만, 포항시는 아직 구체적인 행정 조치에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다. 건물과 땅 주인이 다른 것도 걸림돌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 부지의 주인은 한진공영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민간에서 이 건물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까지 이 사업장을 넘겨받겠다는 개발법인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작년에도 이 아파트 현장을 사겠다는 시행사 등이 제법 있었으나, 계약이 성사되진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땅이나 건물 소유주, 새로운 회사 등 누구라도 이 현장을 활용한다는 기업이 있어야 지자체 역시 이 현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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