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월 5000만원 임대료 감당 가능?" 공실로 초토화된 신촌 명물거리

뉴스 서지영 기자
입력 2024.01.22 07:30

[영상뉴스] "맥날·투썸·그랜드마트도 떠났다" 20년 터줏대감 프랜차이즈도 못 버틴다

[땅집고] 신촌 연세로 상권에 공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신촌에서는 잘 안 가고 보통 홍대를 훨씬 많이 가는데, 학교 앞에도 옷 가게가 있긴 한데 홍대에 힙한 데가 좀 더 많으니까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연세대학교 재학생)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연세대학교 굴다리까지 이어지는 연세로. 이 거리에는 1층 상가, 2층 상가 곳곳이 공실로 남아 있다. 직접 걸어보니 4곳 가운데 1곳이 공실이다.


■ 2000년대 초반 ‘만남의 메카’ 신촌 명물거리, 2023년에는 공실만 줄줄이 이어져

신촌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만남의 메카’로 불렸다. 특히 연세대학교를 비롯해 서강대, 이대, 홍대 등 여러 대학교가 몰려 있어 대학생 미팅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 싼 가격의 술집, 이색 카페들이 몰려 대학생들의 놀거리가 많은 상권으로 꼽혔다. 2000년에는 공실을 찾기 힘들었고,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가 건물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러나 거리 상가는 공실로 쑥대밭이 됐다. 한 눈에도 낡고 허름한 빈 점포들이 수두룩하다.

바로 옆 공실이 줄줄이 전시된 이대 상권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공실이 덜 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거리 상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공실'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한다. 고금리에 오르는 물가,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점포들이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역세권 자리는 공실 사정이 더 심각하다. 한눈에도 빈 점포들로 초토화 됐다. 신촌역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상징적인 점포로 불렸던 신촌역 2번 출구 바로 앞, ‘투썸플레이스’ 카페는 지난해 12월 자리를 뺐다. 바로 맞은편 신촌역 3번 출구 앞 맥도날드 신촌점도 지난 2018년 폐점했다. 영업을 시작한지 20년 만이다. 바로 옆에 있던 ‘버거킹’도 사라졌다. 현재 건물 한 채가 통으로 비어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신촌 연세로 역세권 상권에서 속속 발을 빼기 시작한 이유로 상권이 쇠퇴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매장 출·폐장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전략적으로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 이루어지는 영업 활동의 일부”라며 “매장이 노후화되기도 했고 지역 상권도 계속 바뀌고 있어서 매장 운영이 변동이 됐다”고 했다.

[땅집고] 연세로에 자리한 대형 뷰티 로드샵이 영업을 중지했다. /강태민 기자


연세로를 걸어가면서 쉽게 찾을 수 있던 대형 로드샵 화장품 매장 자리도 공실로 남아 있다. 빈 점포에 허름한 옛 간판만 남은 곳들도 여럿 있다. 연세대학교와 신촌역을 오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점포들이 그대로 패싱당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한 재학생은 “학교 앞에도 옷 가게가 있지만 젊은 사람 취향은 아닌 것 같아서 힙한 데가 많은 홍대로 가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 ‘대학생 수요’ 무너지니…불규칙한 외지인 수요로 버티는 ‘뜨내기 상권’으로 전락

[땅집고] 연세로 상권은 연세대학교를 비롯해 홍익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그래픽=이해석 기자


신촌 상권은 지하철 2호선 신촌역 2번 출구에서 연세대학교 정문까지 이르는 연세로가 메인 상권이다. 과거에는 이 거리 일대를 전부 명물거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구획으로 나눠보면 연세로 오른쪽은 명물거리 상권, 왼쪽은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이 일대 상권들도 공실로 몸살을 앓는 건 마찬가지다. 두 상권 모두 연세로와 가까워 질수록 공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일대 상인들은 신촌 상권이 대학생 수요를 잃고 오히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방문하는 외지인의 수요로 장사를 이어가는 뜨내기 상권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한 연세대 명물거리 상인은 “예전에는 신촌에 굉장히 상권이 좋아서 외부 사람들도 많이 유입되고 어떤 콘텐츠라든지 젊은 사람들 위주의 메리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게들이 많이 이전했고 신촌 상권이 하향 추세인 게 보인다”며 “연세대 학생, 이대생, 서강대 학생들이 어느 정도 오기는 하지만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배달 위주로 소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신촌 상권이 침체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촌 연세로의 공실 원인으로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소비패턴이 배달문화로 옮겨간 점과 함께 대로변 상가 임대료가 높은 점을 지목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P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연대 대로변은 월세가 높아 개인은 감당이 안되기 때문에 회사나 법인이 들어와야 된다”고 했다.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연세로 역세권 상가 월 임대료는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을 넘는다.

전문가들은 신촌 상권 역시 인근에 있는 이대 상권과 함께 대학생 수요를 잃은 이름 뿐인 대학가 상권으로 남게 됐다고 말한다. 인근에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홍대나 신생 상권인 연남동 등으로 주요 소비층인 대학생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상권 회복을 위해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일반 차량 통행이 제한된 신촌 연세로에 지난해 2월부터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일반 차량 통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일대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이 마저도 상권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대책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20대 초·중반 젊은 연령층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자리잡거나 임대료를 확 낮추는 등 획기적 방안이 없다면 당분간 신촌 연세로 상권 공실은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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