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뉴스] "1994년부터 기다렸는데" 둔촌주공, 대조1구역 저리가라…은마, 30년째 강남 재건축 유망주
[땅집고] “은마 재건축 확정 기념 디너쇼에 79세 원로가수 아이유 씨가 나선다.” 혹시 이 기사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창 인터넷에 떠돌아 화제가 됐던 가짜 뉴스입니다. 속도가 워낙 느려 2072년에나 은마아파트가 재건축된다는 건데요, ‘웃픈’ 내용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이 느리기로 악명이 높은 단지입니다. 1970년대에 지어진 강남 1세대 아파트의 상징, 강남 8학군의 1번지, 사업비만 5조가 넘게 드는 영원한 재건축 유망주 등등 상징성만큼이나 별명도 많은데요. 작년에 드디어 조합을 만들며 재건축이 달리나 싶었는데, 조합장 재선출이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나 또다시 속도가 늦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마의 저주’가 계속 이어지는 걸까요?
이달 12일, 서울중앙지법은 최정희 은마 재건축 조합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인용을 결정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날부터 조합장 직무를 정지시킨다는 건데요. 재건축 업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 놀랍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직무가 정지된 최정희 조합장은 곧바로 항고에 나섰습니다.
소송의 발단은 작년 8월 열린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 및 조합장 선출에 대한 총회입니다. 당시 조합장 후보로 추진위원장이었던 최정희 조합장과 은마아파트의 가장 큰 비대위인 은마소유자협의회(은소협)의 이재성 대표가 출마했는데요. 각각 2702표, 838표 씩을 받았습니다. 3배가 넘는 표 차이로 최정희 조합장이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은소협 측이 이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소송에 나섰습니다. 은소협 측은 “선관위가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지 않은 우편투표나, 조합원 자격이 없는 소유자의 표를 유효표로 카운트하고, 중복 투표의 표 일부도 유효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무효표를 보관하던 투표함 봉인이 훼손됐다고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침해됐고, 이런 위법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정희 조합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강남구청의 결정에 따라 조합장 선출 선거가 다시 치러질 수도 있습니다. 조합과 은소협 양측은 이미 재선거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최 조합장은 “빠른 재건축을 위해 밤새서 일하던 중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조합장 직무대행이 재건축 속도에 차질 없이 하도록 재선거를 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합 측은 소식이 전해진 당일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2000표에 가까운 압도적인 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 석연치 않으나, 재건축 일정을 지체할 수 없으므로 재판 항고와 함께 재선거를 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은마가 다른 단지보다도 유달리 속도를 못 내는 저주에 빠진 건 뭘까요? 은마가 너무 큰 대단지라는 점과 은마가 가진 상징성, 사업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500가구 가까이 될 정도로 조합원이 많아 의견일치를 보기 어렵고, 지분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강남 집값을 움직인다는 상징성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고, 상징성이 떨어지고, 사업성이 높은 단지들은 은마와 달리 재건축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은마아파트 인근에 있는 ‘청실 아파트’만 봐도 은마와 확연히 대조됩니다. 대치동 청실아파트는 1979년 지어진 10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은마와 동갑인데요. 이 단지는 아직 재건축 초입에 있는 은마와 달리 2015년9월에 재건축을 마쳤습니다. 이 단지가 바로 대치동의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 대치 팰리스’, 즉 래대팰입니다. 지금은 1278가구 규모로 재탄생했는데요. 은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징성이 약하고, 단지 규모가 적고, 사업성은 높아 재건축이 빠르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래대팰 변신 이후 집값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33평 아파트 집값을 보겠습니다. 재건축 전인 2012년만 해도 10억원대였으나, 현재는 33억원 수준입니다. 전세가는 16억원선입니다.
반면 30년 가까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은마는 시세가 눌려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현재 35평 아파트가 28억원대입니다. 46년 차 아파트값치고는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전세가에서 차이가 나타납니다. 이 평형 전세가는 7억5,6000만원선입니다. 래대팰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은마 주민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재건축은 언제쯤 될까요? 업계에서는 내부 갈등이 워낙 극심해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마는 재건축 사업지 중에서도 내부 갈등이 심하기로 유명한 단지입니다.
작년 조합 설립 전까지도 최정희 조합장이 이끄는 은마반상회, 전임 추진위, 은소협 등 3개 파벌로 쪼개져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그나마 작년 최정희 조합장이 당선되면서 내분을 잠재우고 그간의 속도를 만회한다는 기대감이 나왔던 건데요. 조합 설립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조합장 재선출 사태를 맞은 겁니다.
최정희 조합장이 직무 정지에 대한 항고를 예고했구요. 은소협 측은 조합장 직무대행에게 선거관리위원 모집 공고를 내리고 공식 사과문을 요구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공방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둔촌주공, 대조1구역 등 사태만 봐도 내분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공사비가 늘어 조합원들의 지출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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