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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온상' 오명 밀양연극촌, 혈세 195억 또 투입하는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1.10 10:42

[땅집고] 2018년 열린 공개 사과 기자회견 자리에 선 연출가 이윤택씨. /뉴스1


[땅집고] “미친 성범죄자 때문에 괜히 밀양시만 피해를 봤네요ㅠㅠ”

지난 2018년 국내 문화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사건이 터졌다.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최고 권력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인 시인 겸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 이윤택(72)이 연극 지망생들을 20여 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땅집고] 경남 밀양시 부북면 일대 밀양연극촌 전경. /밀양시 제공


[땅집고] 밀양시가 밀양연극촌에 예산을 투입해 지은 야외극장인 ‘성벽극장’ 모습. /밀양시


이윤택이 성범죄를 저지른 장소로는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밀양연극촌’이 지목됐다. 1999년 문을 연 밀양연극촌은 폐교한 월산초 부지 1만6000여㎡를 리모델링해서 조성했다. 이윤택이 1986년 창단한 연극단인 연희단거리패 40명이 밀양시에 정착한 뒤, 이곳에서 2001년 첫 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하면서 연극촌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밀양연극촌은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가 20여 년 동안 숙식하며 수많은 연극 작품을 창작하는 공간이자 공연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밀양시청은 인구가 10만명에 불과한 소외 지방인 밀양시를 국내 최고 연극의 도시로 띄우려는 목적으로 이윤택의 연극 행보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밀양연극촌 부지를 연희단거리패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연극촌 내에 야외무대인 총 350석 규모 ‘성벽극장’ 등 공연장을 건립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등이다.

[땅집고] 2018년 여성 연극단원들이 폭로하면서 시작된 이윤택 성범죄 사건 일지. /조선DB


그런데 이윤택이 밀양연극촌에 머문 20여 년 동안 연극 지망생들을 꾸준히 성폭행해왔다는 사실이 2018년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여성 연극배우들이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이윤택은 주로 밀양연극촌 내 월산재라는 건물에 있는 휴식 공간인 ‘황토방’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법원이 인정한 성범죄 건수만 2010년~2016년에 걸쳐 여성 배우 9명, 총 25차례에 달한다.

성추행 피해자들은 이윤택이 연극단에서 주연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밝힌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는 “이 감독의 성폭력 사실은 오래전부터 연극계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윤택 감독은 ‘기를 받아야지 공연을 진행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안마를 요구하고, 성기 쪽을 만지게 하고 사정까지 이른 경우 더 큰 배역을 맡겼다”고 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은 이 같은 피해자들 주장에 대해 “독특한 연기 지도 방식이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혐의를 부인하고 상고했다. 하지만 2019년 대법원은 이윤택에게 2심 판단인 징역 7년을 확정해 선고했다.

[땅집고] 2018년 이윤택의 성추행 파문 이후 폐쇄 위기에 놓인 밀양연극촌 모습. /연합뉴스


밀양연극촌이 성범죄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후 지역 사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밀양시는 이윤택이 이끌던 극단과 맺었던 무료 임대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사건 직후 밝혔다. 이곳에서 숙식하며 연극 배우던 지망생들도 자연스럽게 짐을 싸서 밀양시를 떠나갔다. 이후 밀양연극촌은 2~3년여 동안 유령 건물처럼 마땅히 찾는 사람 없이 방치됐다.

[땅집고] 밀양시는 이윤택의 성범죄 온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밀양연극촌 이름을 밀양아리나로 바꾸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밀양시


현재 밀양시는 밀양연극촌 되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먼저 성범죄 오명을 벗기 위해 장소 명칭을 변경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밀양을 대표하는 ‘아리랑’과 원형 극장을 뜻하는 ‘아레나’(arena)를 합성한 단어를 붙여, 밀양연극촌을 ‘밀양아리나’로 개명했다. 운영 주체도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사업인 ‘연극 교육 체험관 조성 사업’에 신청한 결과 최종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등 총 195억원을 들여 밀양아리나에 공연 예술 교실, 소품 대여실, 오픈형 체험 공간, 가변형 극장, 전시실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밀양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앞으로 밀양아리나를 전국 연극인들이 자유롭게 연극을 제작하고 공연하는 공간이면서, 연극을 매개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시설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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