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 위대한 세종대왕님은 4.9점, 나라 버리고 튄 선조는 1.4점!ㅋㅋㅋ”

대한민국 포털사이트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사용자들에게 위치를 기반으로 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각 장소를 방문한 뒤 별점과 함께 간단한 후기와 소감을 남길 수 있다. 이런 별점 평가는 주로 식당이나 카페에 대한 만족도를 기록하는 데 쓰여, 다른 네티즌들이 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별점 후기가 독특한 곳에 쓰이고 있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들이 조선시대 왕릉을 방문한 뒤 별점 평가를 매기고 있는 것. 해당 왕의 업적에 따라 별점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어 민심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인들이 역사를 되돌아보는 데 꽤 도움이 된다는 감상이 나온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높은 별점을 받고 있는 인물은 단연 세종대왕이다. 현재 다음카카오에서 여주시에 있는 ‘영녕릉 세종대왕유적지구 세종대왕릉’은 별점 5점 만점에 무려 4.9점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식당이었다면 단연 전국적 맛집으로 등극했을 만한 점수다. 네이버 별점은 4.55점이다. 별점이 높을 뿐 아니라 후기도 꽤 우호적이다. ‘킹갓제네럴 세종대왕님’, ‘위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우리 세종대왕님’, ‘감명 깊은 곳이라 머리가 절로 숙여지네요’ 라는 등 평가가 눈에 띈다.

조선 제 4대 국왕인 세종대왕은 과학 기술, 예술, 문화,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백성들을 위해 농사와 관련한 책을 펴냈지만 이들이 글을 몰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문자 체계인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식 문자인 한글의 전신이다.

과학 기술 면에선 앙부일구, 자격루, 측우기 등 발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신분을 가리지 않고 학자들을 등용시켰다. 이 밖에 왜구를 토벌하고 대마도를 정벌하는 등 국방에도 신경썼다. 이런 업적이 지금까지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왕으로 남게된 것이다.

반면 악평을 받는 왕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선의 14대왕인 선조다.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목릉선조왕릉은 다음카카오에서 별점이 1.1점에 불과하다. 후기를 보면 ‘제대로 한게 단 하나도 없는 왕’, ‘런조(도망간다는 뜻의 영어단어인 run과 선조를 결합한 신조어)’, ‘그 뛰어난 신하 장군들이 있었는데 나라를 망치다니 부끄러운줄 아쇼’, ‘왜 0점은 못주게 되어있나‘라는 등 악성 댓글에 가까운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조가 후대에 이렇게 비판받고 있는 이유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군주의 도리를 하지 않고 한양 도성을 버리고 떠난 것이 가장 크다. 선조가 도성을 버린 순간 통치권은 사실상 마비됐다. 실록에 따르면 당시 분노한 백성들은 경복궁과 창경궁 등에 불을 지르고 보관된 노비 문서를 태우는 등 크게 반발했다고 전해진다.

역대 조선 왕들에 대한 별점 후기를 접한 네티즌들은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무섭기도 하다”, “별점 높으면 제사상 음식 퀄리티가 올라갈까”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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