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태영발 위기 금융권에 번지나 "KB증권·하나증권·한투증권 모니터링 필요"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1.05 16:12

[땅집고] 태영건설이 지난달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가운데, 업계에서 태영건설 사태가 금융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행히 태영건설발(發) 위기가 금융권 시스템을 흔들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전반적인 부동산PF 시장에 파장을 미치는 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땅집고]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자 등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태영건설발 위기, “KB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모니터링 필요”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주요 금융업권 익스포져 점검 및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관련 위험노출액이 4조5800억원으로 태영건설을 직접 차주로 두고 있는 위험노출액이 5400억원에 달한다고 봤다. 이 금액 자체는 주요 금융업권의 자본규모 대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신용보강, 책임준공 등까지 감안할 경우 증권사와 캐피털사의 위험노출액이 더 증가할 수 있지만, 큰 규모는 아니란 설명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건전성 분류에 따른 충당금 적립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금융업권 중에서도 증권사의 경우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거나, 자금보충을 확약한 PF 건에 대한 채무보증이 상당 규모 존재한다고 봤다.

증권업에서 태영건설 위험노출액의 건전성을 재분류할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부동산 PF 30% 충당금 적립 가정 시)은 최근 3년 동안의 평균 당기순이익 규모 대비 약 11% 수준이다. 다만, 일부 업체는 30%를 웃돌아 수익성 저하 부담이 클 수 있다고 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본사 사옥을 담보로 총 1900억원의 차입부채를 조달했는데, 이에 대해 KB증권(신용공여 1250억원) 및 하나증권(직접대출 300억원, 신용공여 300억원)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밖에 한국투자증권도 태영건설이 자금보충을 확약한 복수의 부동산PF 현장에 대해 보유자산을 담보로 1200억원의 한도로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건들의 경우 담보를 제공받아 상환가능성을 보완하고 있으나 위험노출액 규모가 다소 큰 편으로 워크아웃에 따른 채무조정 결과에 따른 영향과 최종 상환 여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건산연 “적잖은 금융기관, 동반부실 가능성 높아”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제2금융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이란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관련 위기가 증권사 전체 부동산 위험노출액에 차지하는 비중이 약 1.9%로 크지 않다고 했다.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2%로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나신평도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위험노출액이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늘고 수익성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증권사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을 진행하고 있는데, 증권사 우발부채의 상당부분이 PF ABCP로 구성되어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험과 PF유동화증권 차환 실패에 따른 우발부채 현실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과 달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보다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건산연은 건설동향브리핑 939호에서 대다수 부동산PF 사업장들이 올해 준공을 맞는데,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될 경우 일부 증권사의 직접적 손실 외에도 다수 건설사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부도 건설사가 참여 중이었던 여러 사업장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되면서, 대주로 참여했던 적지 않은 수의 금융기관들이 동반부실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원은 “태영건설 참여 60개 PF사업장 중 주거 시설물 일부를 제외한대다수 사업장이 공·경매나 분양보증이행으로 처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융권 입장에서적지 않은 손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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