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숨이 턱 막히는 용적률 600%" 송파 15억짜리 K-닭장아파트

뉴스 서지영 기자
입력 2024.01.04 07:30

[땅집고] “용적률은 높은데 서울공항 때문에 높이 제한을 받아요. 그러니까 단지가 뚱뚱하게 눌려져 있는 거죠. 전용84 ㎡는 14억 후반~17억대까지 있어요.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땅집고] 서울 송파구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외관. /강태민 기자


지하철 8호선 장지역 4번 출구에서 5분을 걸어가면 창문이 빽빽하게 차 있는 아파트가 나온다. 지하철 역과 300m 떨어져 있는 6만1200 ㎡부지에 최고 19층 높이로 아파트 999가구, 오피스텔 3636가구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은 용적률이 600%에 달해 일명 ‘닭장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이다. 용적률이 높다는 것은 건물을 높고, 단지를 빽빽하게 지어 일정한 대지면적 위에 건물 각 층에 들어선 면적을 늘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주거지역에 짓는 건물 용적률은 200~300% 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주상복합아파트로 상업용지에 들어서며 용적률을 끌어올린 사례다.


■ “높이 올리지 못해 옆으로만 뚱뚱”…용적률 599%, 홍콩 닭장 아파트 한국판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는 2016년 준공한 단지로, 지상 최고 19층, 999가구 총 10개동으로 구성됐다. 용적률 599%, 건폐율 55%로 동간 간격이 좁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10개동 아파트 바깥 쪽을 3636실, 5개동으로 조성된 오피스텔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단지 내부 외벽. /강태민 기자


2016년 입주시기에 이 단지는 거대한 하얀 외벽에 창문만 빡빡하게 몰려 있어 건물 외관이 ‘교도소’같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특히 단지 내부에서 대로변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붉은 오피스텔’ 외벽은 90년대 홍콩 영화에 나오는 닭장 아파트를 연상케 한다.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이 단지가 유독 더 빽빽하고 갑갑하게 느껴지는 이유로 높은 용적률과 함께 잠실 일대 ‘건물 높이 제한’이 적용된 점을 말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U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용적률은 높은데 서울공항 때문에 높이 제한을 받아 단지가 뚱뚱하게 눌려져 있다”고 했다.

송파구 문정동은 성남 비행장 운행 고도 안에 있어 비행 고도 제한이 있다. 대개 용적률이 높다고 하면 높은 아파트를 많이 예상하지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의 경우 높이는 19층이 최고층이다. 이 단지는 용적률을 높게 적용 받았지만 높이 올라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 옆으로 더 빽빽하게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단지는 국평(전용84㎡) 기준 최근 거래가격이 14억5000만원이다. 한 주민은 공원뷰로 불리며 비교적 조망권이 좋은 101동, 103동의 경우에도 넓고 빼곡하게 퍼진 아파트 외벽으로 건너편 가든파이브 네온사인이 들어와 커튼을 치고 생활 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이 단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문정건영아파트는 용적률254%, 건폐율이 22%다. 동간 거리에서 확실히 여유를 보인다. 8호선 문정역 인근에 있는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용적률은 194%, 건폐율이 15%로 동간 거리가 넓은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 아파트가 ‘벌집’ 되는 것 한 순간…전문가들 “무조건적 용적률 상향 경계해야”

통상적으로 용적률이 높고 건물 간 거리가 좁으면 가구가 빽빽하게 들어선 느낌을 주게 된다. 일조권과 조망권을 해치고,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사업 수익성이 커지기 때문에 재건축 현장에서는 용적률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점을 이점으로 내세운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강태민 기자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를 지을 때 용적률을 무조건 올리는 점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건폐율을 낮춰 동간 간격을 확보하고, 고도에 대한 여유를 마련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일반 주거지역에 있는 아파트는 원래 용적률이나 아파트 높이 제한이 있지만 주상복합의 경우 그 제한이 약하다”며 “용적률을 높이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건폐율, 층고 등을 다 감안해 단지 경관, 일조량을 다 확인해서 단지 내부에 어느 정도 쾌적성 유지는 해줘야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용적률을 무조건 올리는 것이 좋다는 식의 사고는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용적률을 500% 가까이 올리는 것을 허용한다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주택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용적률을 높인다면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등지에서도 ‘홍콩식 닭장 아파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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