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태영건설이 1조원 이상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워크아웃 절차와 전개 방향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장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4조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재무 건선성이 악화된 상태다.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이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 내년 1월 결정 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내년 1월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협의회 쟁점은 태영건설 대주주 사재출연 규모 등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자구책을 내놓는 지가 될 전망이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 신청 후 14일 이내 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지해야 한다.

제1차 협의회에서는 워크아웃의 개시 여부, 채권행사의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사업장 관리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이에 앞서 산은은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 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 채권자 설명회를 내년 1월 3일 개최할 예정이다.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을 1개월(자산부채 실사 필요시 3개월)을 부여한다.

주채권은행은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 이내 자구책을 의결하고, 의결 이후에는 1개월 이내에 기업개선계획을 약정해야 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경우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담보 제출 여부 등이 자구책 마련에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BS의 경우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가장 아끼는 계열사고, 매각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이번 자구책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송법 제15조의2에 따르면 최다액출자자 변경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 “태영건설 익스포저, 여러 회사에 분산…업계 영향 미미할 것”

업계에선 태영건설이 고강도 자구책을 내놔야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은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주채권은행 등 채권단과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시장이 고금리상황의 장기화, 공사비용‧금융비용 상승,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부동산 PF 사업추진의 주된 요소는 각 사업장의 사업성”이라고 했다. 사실상 태영건설이 사업성을 따지고 수주했던 사업인 만큼, 일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태영건설 관련 위험노출액이 상당하지만, 여러 회사에 분산돼 있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점도 고강고 자구책을 요구한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한 은행·보험권이 익스포저 대부분을 보유 중”이며 “비은행 금융기관 익스포저도 다수 금융사에 분산돼 있다”고 했다.

태영건설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사업을 벌이면서 여러 금융기관과 접촉했다.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총 4조410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착공 현장이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태영건설이 이행해야 하는 보증액은 약 72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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