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C 비운의 땅, 되살아날까 ①] DMC랜드마크 부지, 2004년에도 사업성 부족으로 좌절했는데… 부동산PF 침체기 넘을 수 있나
[땅집고]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아파트 남서쪽 맞은 편을 바라보면 거대한 펜스에 가려진 채 방치된 땅이 나온다. 20년째 공터로 남겨진 ‘DMC랜드마크’ 부지다. 133층 높이 강북 최대 랜드마크 빌딩 개발이 계획됐지만 현재까지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있다.
‘DMC 랜드마크’는 2004년부터 서울시가 기획한 사업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 재임 당시인 2009년, 시는 랜드마크 용지(F1·F2, 상암동 1645번지와 1246번지 일대) 3만7262㎡에 쇼핑몰과 백화점, 아쿠아리움, 기업홍보관, 호텔 등을 갖춘 지상 133층 랜드마크 건물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고(故) 박원순 시장 재임 시기이던 2012년 토지 대금 연체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사업이 엎어졌다. 올해 6월까지 이뤄진 시의 부지 매각도 5번이나 유찰됐다.
상암동에는 텅 빈 노른자 땅이 3곳이나 된다. DMC랜드마크 용지(F1·F2), DMC홍보관 부지(D4), 교육첨단용지(D2-1) 다. 모두 빈 땅으로 남겨져있거나, 시설이 있어도 이용률이 떨어져 방치된 상태다.
최근 서울시가 이 같은 상암동 알짜 미매각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개발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 재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부지가 제때 매각돼 개발이 본격화하면 시가 추진 중인 상암 하늘공원 ‘서울링’ 건설, 롯데 복합쇼핑몰(DMC 롯데몰) 개발 사업, 강북 재건축 최대 성산시영 재정비 사업과도 시너지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대형 개발 호재가 연달아 이어진다는 평가다.
■ 상암동 랜드마크 본격 재추진…서울시, “사업성 대폭 개선해 지구단위계획 변경”
지난 9월 시는 상암 DMC 미매각 부지 중 DMC랜드마크 조성 사업을 위한 용역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며, DMC 랜드마크 용지 투자 유치를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공개됐다.
시는 그동안 랜드마크 부지의 사업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에서 지정된 용도(숙박, 문화 및 집회시설, 기타 용도)에 맞는 시설을 50% 이상 의무적으로 짓되 주거 비율을 연면적의 20%에서 30%로 확대했다.
반면 20% 이상 짓게 돼 있던 호텔 등 숙박시설은 12%로 줄이고, 국제컨벤션, 공연장, 집회장, 수족관 등 문화 집회시설은 5%에서 최소 3% 이상으로 줄였다. 그간 다섯 차례나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유찰되면서, 주거 비율을 통해 사업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상암동의 초고층 랜드마크 프로젝트는 지난 2004년부터 추진됐다. 2016년까지 네 차례 용지 매각을 추진했으나,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 시장 재임 기간인 2009년 지상 133층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한다는 것을 전제로 매각이 한 차례 성사 된 적도 있었지만 2012년 토지 대금이 연체 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2014년 중국의 녹지그룹이 80층대 쌍둥이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제안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랜드마크 이름에 걸맞게 100층이 넘는 고층 빌딩으로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업자가 결국 포기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8·4 대책을 통해 DMC랜드마크 부지에 임대주택을 포함한 2000가구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벌어졌다. 오 시장은 이듬해 선거 과정에서 “DMC는 첨단산업으로 서울 산업생태계를 변화시킬 핵심 지역이지, 주택 공급을 늘려 생색을 내고자 하는 중앙정부의 갑질로 희생될 장소가 아니다”라며 기존 랜드마크 조성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부동산 PF시장 침체, 넘어야 할 산
DMC랜드마크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원인은 사업성 부족이 주 원인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 5년 기간에도 사업자를 찾지 못했는데, 최근엔 국내 경기 전반이 침체해 개발 사업을 벌일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100층이 넘는 고층 빌딩 사업이란 점도 문제이다. 업계에 따르면 초고층 빌딩은 통상 건축비가 일반 건물보다 30%는 더 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초고층 건물을 지을만한 의지가 있는 대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와 손을 맞잡아야 가능한 사업이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 이 같은 대기업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이야기다.
토지대금부터 액수가 만만찮다. 올해 3월 시가 발표한 공급 공고에 따르면 DMC랜드마크 두 필지를 공동개발 목적으로 매입할 경우 공급 가격은 8254억원이다. 업계에선 기존 랜드마크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총 사업비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차그룹이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사업도 초기에 105층 초고층 빌딩 건립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터파기 공사만 하며 10년째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현대차그룹은 초고층 대신 중층 설계로 변경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남 한복판 초고층 빌딩 사업도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운 마당에 상암동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단 비관론도 나온다.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기엔 상암동의 교통 문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상암동에는 총 3개 지하철 노선이 오가지만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공항철도, 6호선, 경의중앙선이 몰려서 지날 뿐이다. 이 역도 부지의 상암동 동북측 가장자리에 위치해 랜드마크 빌딩에서 멀다. 100층짜리 사옥이 들어서면 교통 여건도 그만큼 개선돼야 마땅하다는 설명이다. 한 마포구 주민은 “부천 대장동~홍대 연결되는 서부광역철도 상암역과 성산역에 DMC역 추가 설치 등을 원한다”고 밝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랜드마크 오피스 시설은 단지 수익성뿐만 아닌 상징성 있는 빌딩 건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 기업이 추진해야 속도가 나는데,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오피스를 짓겠다고 수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시행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땅값을 낮추거나, 공사비 증가의 주된 원인인 층수를 파격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현 상황에선 PF를 조성하는 것부터 넘어야 할 산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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