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년간 방문객 0명" 환상의 섬 울산 남구 '죽도'는 왜 방치됐나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2.23 07:30

[땅집고] 울산 남구 장생포 과거 모습. /한국철도공사, 서울문화사


[땅집고] “내 고향 바닷가 외딴섬 하나 뽀얀 물안개 투명한 바닷속, 바위에 앉아서 기타를 퉁기면 인어 같은 소녀가 내 곁에 다가왔지”(윤수일 노래 ‘환상의섬’ 가사 중 일부)

울산 남구 장생포에는 가수 윤수일이 부른 ‘환상의 섬’ 배경이 된 곳이 있다. 바로 ‘죽도’다. 해안가에 인접한 데다, 인근에 고층 건물이 없어 탁 트인 울산 앞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곳은 지난 10년간 방문객이 1명도 없었다. 포털 사이트에선 완전히 다른 곳으로 표시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인근에 연간 방문객이 120만 명에 달하는 고래문화특구가 있으나, 연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 죽도를 두고 ‘환장의 섬이 됐다’는 우스개 소리마저 나온다.

[땅집고] 네이버지도에선 '죽도'가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 표시돼 있다(왼쪽), 실제 죽도 부지(오른쪽). /네이버지도, 부동산플래닛


죽도는 울산 남구 매암동 산 223번지 일대에 있는 임야 5967㎡ 규모 매립지다. 원래는 섬이었으나, 1995년 매립을 통해 뭍이 됐다. 이곳엔 1981년 지어진 3층짜리 해상교육교통관제센터가 있다. 항만관제실과 주택 2채의 연면적은 270㎡이다.

이곳은 2013년 센터가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환상의 섬’이라는 별명을 뒤로 하게 했다. 땅 관리주체이자 소유주인 울산시교육청은 이후로 죽도의 문을 개방하지 않았다.

실제로 죽도로 향하는 길은 10년째 폐허처럼 남아 있다. 죽도 입구는 울산항파출소 바로 뒤에편 계단을 지나면 있지만, 시민 발길이 끊긴 이후로 길에서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 이곳엔 ‘죽도’라고 적힌 안내판도 없다. 제멋대로 자란 수풀 사이로 해상교통관제센터 건물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땅집고] 수풀에 가려진 죽도 입구. /네이버 지도


그러나 최근 일대에선 죽도가 다시 ‘환상의 섬’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장생포 일대 관광 계획을 세우는 구청과 땅 소유주인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이다. 최근 남구청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사업에 필요한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죽도 뿐 아니라 장생포 일대 관광 콘텐츠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구청은 토지·건물 소유주인 울산시교육청으로부터 부지를 빌려 이 일대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교육청으로부터 ‘관광자원을 위한 사용 계획안을 보내면 무상사용 공유재산 심의를 올리겠다’는 공문을 받았다”면서 “구청과 교육청 모두 부지 임대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땅집고] 자물쇠가 걸려 있는 죽도 입구 모습. /YTN 보도 갈무리


다만, 임대를 통해 부지를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남구청이 죽도를 매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구청은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센터 건물을 증·개축하거나 재건축할 수 없다. 이 일대는 모두 울산시교육청의 자산으로 분류된다. 구청 역시 이러한 점을 알고 있지만, 국비나 시비 수십억원을 지원받아야 매입이 가능한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이 땅의 공시지가는 8억9000만원이다. 감정평가금액이 공시지가의 1.5배에서 3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27억원 가까운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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