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예전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했고 지금은 물건 있는데도 찾는 분이 없고. (젊은 매수자들 중에) 대출 많이 받는 사람들은 70~80% 받았는데 금리가 높으니까 이제 아예 그냥 접었다고 해야 되나. 집값이 더 떨어질 걸로 보는 것 같아요" (서울시 도봉구 창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서울 노원구·도봉구·강북구 이른바 '노도강'에서 최고가 대비 30% 이상 급락한 단지가 쏟아지고 있다. 노도강 지역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급등기에 2030세대가 몰려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 매수했던 '영끌족의 성지'다.
올해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 2차 하락 조짐이 나타나더니 계속되는 금리 고공행진에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도봉구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달 7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2021년 급등기 때 12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억원 넘게 떨어졌다. 창동 주공17단지는 최근 전용 36㎡가 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가 5억5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40%가 넘게 하락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9억 이하 주택 매수시 소득과 관계없이 대출을 허용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인기였다. 이때 하락세던 노도강 지역이 잠시 반등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9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 중단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계속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통계에 따르면, 12월 6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물은 5665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노원구의 경우 추가 분담금 이슈까지 터지면서 거래절벽인 것.
노원구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던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 84㎡를 분양 받으려면 5억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고 일반분양 분이 적은데다 공사비가 올랐기 때문에 추가 분담금 추정액이 높아졌다.
이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격이 지난 10월 5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집값 수준 만큼의 분담금을 내야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재건축 조합은 공사비 갈등에 지난달 GS건설과의 시공계약 해지 수순을 밟았다.
현재 전용 31㎡의 호가는 5억대. 최고가 거래 8억과 비교하면 3억이 떨어진 가격이지만 매수 문의조차 없다. 상계동 공인중개사 H씨는 "간혹 문의가 와도 호가보다 낮은 4억 초반 대만 찾는다. 매수자들은 추가 분담금까지 계산해 10억 아래여야 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단지도 마찬가지다. 상계주공12단지 41㎡는 12월 5일 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1년 최고가 6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하락세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영끌족도 늘어나고 있다. 20대 영끌족 연체율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금감원을 통해 19개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20대 이하의 주담대 연체율은 0.39%에 달했다. 20대 이하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0.3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현행 DSR 규제 비율이 40%지만 60%에서 청년층은 70%까지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작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대출 가능액을 극도로 제한해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것.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급등기에 진행한 대출은 가산금리가 2% 이상씩 반영이 됐다. 그래서 기준금리가 내려간다 하더라도 급격하게 낮아지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안심전환대출을 통해서 고금리 대출을 중금리 대출로 연착륙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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