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태영건설 부도설 이끈 성수동 '이 빌딩' 정체가 뭐길래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12.22 07:30

[땅집고] 지난 13일 시공능력순위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이 부도설에 휩싸였다. 태영건설은 곧장 “부도설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이 시기 태영건설은 심각한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쯤 태영건설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과 관련한 400억원 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만기가 돌아왔는데, 대주단과의 협의해 만기를 단 열흘 연장했기 때문이다.

[땅집고] 태영건설 사옥. /인베스트조선


태영건설에 따르면 지난 18일 만기가 도래한 태영건설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에 대한 대출 상환 기한이 열흘간 유예됐다. 업계에선 대주단이 태영건설의 PF브릿지론 상환 기한을 연장해준 것은 이례적인 일로, 기한이익상실(EOD)로 태영건설이 부도가 나 다른 사업장까지 연쇄적으로 부도를 낼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연장 기한이 단 10일 밖에 되지 않아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성수동 오피스 개발 PF 만기 일주일도 안 남아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에 있는 한 노후 공장부지를 오피스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태영건설은 이 부지를 대지면적 3834㎡, 건축면적 2287㎡, 연면적 3만3376㎡인 지하 6층~지상 11층짜리 업무 시설로 시공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자산관리회사(AMC)로 주도하고 태영건설이 약 30% 시행 지분과 책임준공 의무를 갖고 시공사로 참여했다.

태영건설에 따르면 시행사는 지난해 6월 성수동2가에 있는 사업 부지(노후 공장 외 5개 필지)를 1600억원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PF 브릿지론 480억원을 토지비로 조달했고, 그 중 48억원을 상환해 현재 대출 잔액은 432억원이다. 이 중 지난 18일 400억원에 대한 상환기일이 10일 연장된 것이다.

업계에선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오피스 부지가 대지 기준 ‘3.3㎡(1평) 1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 3년간 최고가 수준에 거래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업부지 인근 한 꼬마빌딩의 경우 2020년 말 3.3㎡(1평) 당 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태영건설의 거래로 3년 만에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 꼬마빌딩은 업무시설 용도로 신축이 예정돼 지난 달 평당 1억5700만원에 되팔렸다.

지난 몇 년간 성수동에는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 업무시설 개발 열기가 뜨거웠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성수동 오피스 공급량은 광화문(CBD), 여의도(YBD), 강남(GBD)을 제치고 1위(6만8000평)를 차지했다.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한 때 평당 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2016년 입주한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서울숲포유’는 3.3㎡당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돼 입주 때 가격보다 3배 폭등했다. 태영건설이 성수동에 2020년 준공한 ‘데시앙플렉스 생각공장’ 지식산업센터도 입주 후 평당 1000만원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땅집고]태영건설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지난 2020년 준공한 지식산업센터 '데시앙플렉스 생각공장' 건물 모습. /조선DB


하지만 계속된 금리 인상과 가파른 공사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최근엔 서울 오피스 공급이 줄고, 거래 가격도 주춤해졌다. 서울의 오피스 거래 규모는 올해 1월 최저점을 찍은 뒤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정체된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로 시장 유동성이 축소돼 매물이 늘지만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는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시장 상황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태영건설, “성수동은 우량 사업장, 만기연장 위해 의무 다할 것”

만기 열흘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태영건설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업계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이 11조9360억원, 매출액 5조9110억원을 기록했으며 계열사로 태영건설을 비롯해 SBS 등을 보유했다.

하지만 주 계열사인 태영건설의 채무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올 3분기 말 기준 총 4조4100억원이며 이 가운데 PF 우발채무가 7200억원에 이른다. 자기자본대비 채무비율이 3.7배로 과중하다는 평가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PF만기 연장 조건 등에 대해서는 대주-차주 간 업무협약에 따라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성수동 사업장은 업계 상위인 이지스자산운용과 협업하는 사업으로 우량 사업장으로 판단한다”며 “태영건설은 시공사로서 의무를 다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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