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 정부 실책에 피 마른다" 비아파트 시장 불만…청원 5만 명 넘어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2.21 07:30
[땅집고] 2021년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무주택자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무주택자 집값 폭등 규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땅집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 첫날 비(非)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시사한 가운데 전국비아파트총연맹(비아파트연맹)이 올린 규제 완화 청원이 국민동의청원 5만 건을 넘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주거형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만큼, 주택 수 제외 등 규제를 풀어 달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법이나 시장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정부가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만들면서 모순이 발생했고, 시장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땅집고] 국민동의청원 5만명을 달성한 비아파트 관련 청원.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 非아파트 규제 완화, 국회에서 논의한다

1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아파트연맹이 지난 달 23일 올린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비아파트 주거시설 규제 완화 요구에 관한 청원’ 글은 최근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심사한다.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청원을 올린 비아파트연맹은 전국임대인연합회·전국오피스텔협의회·전국레지던스연합회 등 3개 단체의 연합 조직이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다가구·다주택 등 빌라, 생활숙박시설(생숙) 등 소유주들은 관련 시장이 외면받자, ‘비아파트’라는 공통점을 내세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청원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국가의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개입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전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현 정부는 전 정부의 실책을 바로잡을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전세보증금 및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산정 가격 기준 현실화 ▲생활숙박시설 준주택 인정 등을 요구했다.

[땅집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전 장관의 주요 발언. /조선DB


■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이 법을 바꿨다

이런 요구사항이 나온 배경엔 ‘뒤엉킨 법체계’가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을 도입하고, 문재인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면서 인기 상품이 됐다.

그러나 주거형 오피스텔은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장 된서리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 주범으로 임대사업자를 지목하고, 2019년 12·16대책, 2020년 7·10대책을 통해 주거형 오피스텔을 비롯한 다가구·다세대 주택도 모두 규제 대상으로 확대했다.

임대 목적 매입 수요가 많은 주거형 오피스텔을 주택 범주에 포함했던 2020년 지방세법 개정안은 주거형 오피스텔 수요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거주 주택 외 오피스텔을 1채만 보유하더라도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다.

[땅집고] 정권에 따라 달라졌던 임대사업자 관련 제도. /주택산업연구원


이후 오피스텔 관련 수치는 급락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11월까지의 서울 오피스텔 전세거래량은 2만 3287건으로 2019년(2만 2168건) 이후로 가장 적다. 같은 기간 매매거래량은 7375건으로 2013년(6292건)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기가 시들하니, 개발업계도 공급을 줄였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9년 11만실에 달했으나, 2022년 5만실로 반토막 났고, 올해 1~9월엔 1.2만실로 줄었다. 약 5년 만에 공급량이 1/10로 줄어든 것이다.

생숙은 건축법 개정 이후 시장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는 2012년 주거와 숙박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건축물로 생숙을 등장시켰으나, 2021년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택 규제를 만들었고, 생숙의 주거 사용을 금지했다.

생숙 역시 공급량이 급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2~2017년 1만건을 밑돌던 생숙 준공승인은 2021년 1만8799건을 기록한 뒤, 2022년 9350건으로 반토막 났다.

[땅집고] 연도별 오피스텔 공급량. /주택산업연구원


■ “시장이든 법이든 정상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활성화 및 정상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바라보면서도, 정부의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강 부와 지식의 배움터 대표는 “정부가 9·26 대책에선 오피스텔 주택 수 합산 배제 카드를 꺼내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시장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볼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연체율이 점차 올라가고 있어 자금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기업과 민간에선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과도하고, 정책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비아파트는 물론, 모든 투자책임을 당연히 투자자가 져야 하지만, 정부 정책이 바뀌는 이른바 ‘비체계적 위험’까지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 활성화보다 법을 정상화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택과 비주택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은 준주택이라서 대출 특례와 청약에서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세금을 낼 땐 주택으로 잡힌다”며 “정부가 법을 개선해서라도 오피스텔 등 준주택을 주택과 비주택으로 완전히 구분하고, 이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부여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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