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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냈는데, 또 감정평가를?" 국세청, 막나가는 소급감정에 납세자 분통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3.12.18 07:3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땅집고] “시골에 있는 부모님 농지를 물려받고 공시지가 1억원에 상속세를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국세청 직원이 주변에 도로변이랑 상가가 있어 시세가 10억원은 되어보인다면서 감정평가해 다시 과세한다고 합니다. 걱정이 태산입니다.”

부동산 소유주들이 국세청의 ‘제 멋대로식’ 과세통보에 떨고 있다. 기존 과세 기준대로 적법하게 상속 및 증여 신고 후 납세를 마쳤음에도 국세청의 자체적인 감정평가로 인해 추가 과세 고지서를 받아든 것이다.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공시지가 1억원 상당의 농지를 물려받은 A씨도 날벼락을 맞았다. 토지 상속 기준에 따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납부했지만, 관할 국세청 직원이 해당 농지 시가가 과소평가됐다며 직권으로 감정평가를 하고 다시 과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소급 감정과세로 세금 폭탄 맞은 부동산 소유주들

15일 국내 세무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국세청의 ‘소급 감정과세’로 인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추가 과세 고지를 받은 사례가 늘고 있다. 납세자에게는 소급감정을 금지하면서 정작 과세당국은 이를 채택하고 있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시행령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급감정은 현재 시점에서 물건의 가액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과거 특정 지점으로 소급해 과거가액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것을 뜻한다.

/조선DB


통상 상속이나 증여재산을 평가할 때는 시가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기준시가를 사용하는데 건물은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기준시가, 아파트는 공동주택가격을 사용한다. 이와 동시에 수용, 공매, 감정가격 등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재산가액도 기준시가가 된다.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직권으로 소급감정을 실시할 수 있게 된 건 올해 9월 국세청이 상속 증여 신고 재산을 종류와 금액에 상관없이 모두 감정평가할 수 있도록 돌연 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 규정에 따르면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상속세 및 증여세가 부과되는 모든 재산에 대해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 의뢰해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비거주 부동산의 경우 추정 시가 차이 10억원 이상, 보충적 평가액 차이 10% 이상이 대상이라고 한정했다. 하지만 올해와 작년은 모든 비거주용 부동산이 감정평가 대상이 됐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공시지가를 시가 대비 70% 미만으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직권 감정평가 대상 범위를 슬금슬금 늘려왔다. 2020년 7월 국세청이 발표한 감정평가에 대한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을 보면, 현 규정과는 전혀 다르다.

최초 규정에서는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상속세 및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 중 다음 각 호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동산에 대해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 의뢰해 평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비거주용 부동산과 나대지만 할 수 있고, 국세청장이 부동산 규모나 평가 실효성, 과세 형평성 등을 감안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감정평가 대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정한다는 부분이 명확했다.

■세무 전문가, “과세 목적 감정평가에 직권 남용 우려”

느닷없는 과세에 대한 납세자의 불만도 상당하지만, 세무 전문가 사이에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곽태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달 8일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세정책학회 세미나에서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감정평가를 검증하는 목적으로 소급감정을 할 수 있지만 상속 및 증여세 과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또한 “납세자의 과세형평뿐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세법 규정에 모호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는 이 같은 국세청의 직권 감정평가가 합당하지 않다는 점이 과세 체계에도 반영됐다고 짚었다. 직권 감정평가를 통해 소급 과세한 경우, 신고불성실 및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모두 면제하는데다 감정료도 국세청에서 모두 부담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아울러 박 세무사는 이 같은 소급감정과세 방식이 과세 현장에서 오용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 국세청의 사무처리과정을 보면, 과세 당국이 임의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과세 현장에서는 시세가 과소 책정됐다며 규정에 따라 감정평가해 고지하겠다며 납세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과세 당국이 과세 핵심이 예측 가능성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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