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구룡마을 보시면 알지만 사람이 살만한 데가 아닙니다. 여름에는 물난리, 겨울에는 언제 불이 날지 몰라요. 화약고나 다름없어요." (김모씨,구룡마을 20년째 거주)
"돈 없이 산 사람들이니까 죽을 때까지 임대로 살아야 된다는 건가요? 그럼 SH 절대 개발 못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안 나갈 거예요." (박모씨, 구룡마을 30년째 거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을 가보니 키 낮은 허름한 가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집과 집 사이 경계도 명확하지 않은 모습. 구룡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곳이다. 골목 폭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고, 배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동네 한복판에는 공동화장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형성 후 약 40년이 흘렀지만 환경은 그 시간에 멈춘 듯 했다.
구룡마을 정비사업은 30년 전부터 논의됐었다. 2011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주도의 구룡마을 개발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개발과 보상 방식을 두고 주민들과 지자체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진전되지 않았다.
지난 11월 30일,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이주대책 기준'을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구룡마을에 주거용 무허가건축물을 소유하면서 거주 중인 무주택자는 임대주택을 공급 받을 수 있다. 구룡마을은 앞서 아파트 2838가구(임대 1107가구·분양 1731가구) 등으로 개발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용적률을 높여 3600가구 넘는 대단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민들은 구룡마을에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 전용 50㎡ 이하, 만약 자진 이주하는 경우에는 60㎡이하 임대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합법적인 주거용 건축물 소유자거나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주거용 무허가건축물임이 확인된 경우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룡마을 내부에 허가를 받은 건축물은 극소수다. 또 구룡마을은 전답과 임야인 자연녹지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구룡마을 토지 소유주들은 주변 강남 땅 시세를 고려하고 있어 보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한 터전에서 살아온 만큼 재산권 인정과 분양권 등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룡마을은 강남구 개포동 고가 아파트 단지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건너 편에 있다. 규모는 무려 26만4500㎡. 축구장 40여개 면적에 달하는 대규모 판자촌이다. 1980년대 말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개포동 일대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면서 밀려난 이주민들이 모여 동네를 형성한 곳이다. 최대 2000가구, 8000여명이 거주하기도 했다.
가건물에서 연탄을 이용하는 가구가 많아 화재도 빈번히 일어나는 편이다. 올해 1월 화재 발생으로 인해 구룡마을 60여개 주택이 불에 타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주민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구룡마을에 30년째 거주 중인 김씨는 "집을 공짜로 달라는 게 아니라 5년 후, 10년 후 분양 전환 선택지를 달라는 거다"며 "돈 없이 살았다고 죽을 때까지 임대로 살라는 거냐"고 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구룡마을에 지어지는 임대주택은 강남에 위치한 임대주택과 비슷한 가격으로 공급할 것이라 예상했다. 올해 SH가 강남구에서 공급한 국민임대주택을 보면 전용 49㎡ 기준 보증금 5400만원에 월세 38만원, 보증금을 9500만원으로 증액하면 월세 15만원 수준이었다. SH관계자는 "구룡마을 거주민의 열악한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임시 이주를 설득 중이다"고 말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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