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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아니면 편법만이 살 길"…뒷북 규제가 만든 '생숙' 결말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2.10 07:30
[땅집고] 전남 여수 웅천지구에 들어선 생활형숙박시설 '포레나 웅천 디아일랜드. /독자 제공


[땅집고] “생숙에선 앞으로 소유주들끼리 집을 바꿔 살거나, 주민끼리 30호실 단위로 묶어 숙박업을 등록하는 일이 빈번할 겁니다. 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편법이죠. 숙박업소를 집으로 쓰는 불법 사례를 찾아서 신고하는 사람도 나올 겁니다.”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

최근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선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한 편법을 알아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숙은 2012년 주거·숙박이 가능한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공급됐으나, 정부가 2021년 10월 건축물 시행령을 개정한 데 따라 오피스텔로 변경하거나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불법 건축물이 된다. 이중 오피스텔 변경 기간은 10월14일부로 종료됐다. 사실상 숙박업 등록 외엔 선택지가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 객실(9월 기준)은 4만9000개다. 전체 생숙의 51%에 해당한다.

그러나 숙박업 등록을 위해선 30개 호실을 모아 위탁업체에 맡기거나, 별도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숙박업 등록 이후엔 집으로 쓸 수 없는 것도 난제다. 2021년 전까지 생숙을 주거 목적으로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졸지에 집을 잃을 처지라고 토로한다. 업계에선 정부의 ‘뒷북 규제’로 인해 부작용이 속출하는 만큼,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땅집고] 한 위탁업체가 생숙 소유주에 보낸 '생숙 숙박업 영업신고' 안내문. /독자 제공


■ 이행강제금 피하려 이런 방안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의 일부 생숙 소유주들은 호실 숙박업 영업 신고를 독려하는 안내문을 받았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30호실 이상 등 조건을 맞출 경우 숙박업 영업 신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경우 서비스 입비 20만원, 월 수수료 1만원으로 비용을 책정했다.

A위탁사는 안내문을 통해 이행강제금 부과 기준에 대해 “주거용 문제를 떠나 숙박업 신고 여부가 시정명령 대상”이라고 했다. 사실상 숙박업 등록이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말이다.

위탁회사에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행강제금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최소 30호실씩 모아 주민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단, 이 방법은 건물 내 객실이 30개 미만이거나 여러 객실이 독립된 동으로 구성된 경우엔 적용할 수 없다.

경기도 남양주시 생숙 거주자 김미진씨는 “집으로 생각하고 분양받았지만, 정부가 집이 아니라고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앞집과 서로의 집에 전입신고를 해야 할지, 숙박업을 등록하고 월세를 전전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이행강제금을 피하는 방안이 될 지, 불법인지 편법인지도 모르겠다”며 “일단 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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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힐스테이트 라군 인 테라스 2차' 완공 후 예상모습. /현대건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적극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인천 남동구는 생숙 실거주자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 내 생숙 496가구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했다. 경기 안산시는 생숙 실태 파악을 위해 시의원과 관련 부서 직원, 시행사 등을 모아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기 안산 반달섬 일대엔 제주도 주요 호텔 객실 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의 숙박시설이 있다. ‘힐스테이트시화호라군인테라스’의 1·2차는 무려 3745호실 규모다. 제주도 그랜드하얏트제주(1600객실), 롯데호텔(500객실), 제주신라호텔(429객실)을 다 합한 것보다 한참 많다.

■ 호텔이냐, 집이냐…다툼 예견된 일

업계에선 생숙의 편법·불법 사용이 예견됐던 일이라는 의견이다. 정부가 2012년 생숙을 도입한 이후 무려 10년이 지나고서야 ‘숙박업 등록’을 강제했기 때문. 정부는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불법 건축물로 지정,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인복지주택이나 고시원처럼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하자고 했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생숙 규제는 법리적 문제와 사회적 파급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투기 억제 차원에서 급하게 추진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린생활시설, 농막 등도 준주택 편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관련 기사: '생숙' 주택 분양 사실상 불가능…아파트 동간 거리 규제 완화

[땅집고] 한 위탁업체가 생숙 소유주에 보낸 '생숙 숙박업 영업신고' 안내문과 질문답변. /독자 제공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숙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어려워지면서 주민 간 협동조합을 만드는 편법을 쓸 정도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부가 숙박업 등록이나 오피스텔 용도 변경 기준을 완화해 불법건축물이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레지던스연합회·전국오피스텔협의회·전국임대인 연합회로 구성된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은 국회 국민 동의 청원을 통해 생숙 준주택 인정과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산정기준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기준 2만6053명의 지지를 받았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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