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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7년 만에 제자리 찾았다" KB, 평창동에 실버타운 지은 이유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12.09 07:30
[땅집고]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만든 시니어타운 '평창카운티' 외관. /김서경 기자


[땅집고] “KB가 만드는 실버타운은 집에서 나이 들길 원하는 우리나라 정서에 맞춰 ‘집’을 표방합니다. 실버타운에 가기 위해 집을 팔거나 반려동물을 다른 곳에 보내야 할 필요가 없어요. 또한 이곳은 처음부터 오롯이 노인을 위해 설계·건축된 곳이었습니다. 욕조가 낮게 배치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한만기 평창카운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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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낮 찾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대로변에 있는 5층짜리 건물 내부에서는 새 손님을 맞기 위한 도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1층 천장에 달린 4단 유리 조명과 금빛 계단은 묵은 먼지를 털어낸 모습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신축 아파트처럼 입주자 전용 키를 대야만 층수를 누를 수 있게 했다.

이곳은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다. 그간 위례신도시와 서울 서초구에 요양시설을 운영했으나, 실버타운 개관은 처음이다.

[땅집고]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만든 시니어타운 '평창카운티' 1층 로비. /김서경 기자


■ 전통 부촌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는 어떤 곳?

‘평창카운티’는 지하2층~지상5층, 1개 동 규모다. 전용면적34.3㎡(10.4평)~66.4㎡(20.1평)로 구성된 총 164호실을 갖췄다. 지하 2개층과 1층은 주차장, 홀, 상담실, 커뮤니티 공간 등 공용 공간으로 이뤄졌다. 식당과 피트니스클럽, 힐링룸, 프로그램실 등 커뮤니티는 지하 1층에 있다. 커뮤니티가 꽉 들어선 만큼, 지하주차장은 없다.

이곳에는 입주민 외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지하 2층 ‘SPA 평창’(대중목욕탕)과 1층 병원이다. 병원의 경우 확정된 사안이 아니나, 가정의학과나 내과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KB측은 설명했다.

[땅집고]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만든 시니어타운 '평창카운티' 지하1층에 위치한 영화관. /김서경 기자


직영으로 운영되는 식당과 리클라이너 의자를 갖춘 영화관, 피트니스 클럽, 힐링룸(안마의자실·마사지실) 등은 입주민을 위한 공간이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한대에 수백만원하는 안마의자를 굳이 사지 않고, 예약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며 “대중적인 실버타운이지만, 커뮤니티는 최고급 시설 못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만든 시니어타운 '평창카운티' 전용면적 66㎡ 객실 내부 모습. 정면에 거실이 있고 우측으로 주방과 방이 보인다. /김서경 기자


견본주택으로 마련 된 객실은 전용면적 43㎡, 66㎡로 총 2개였다. 전용 43㎡은 원룸 형태 객실로, 북향으로 배치됐다. 식탁이 없는 것을 빼면 전용 66㎡과 구성은 같다.

남향으로 지어진 전용 66㎡ 객실은 방과 거실, 주방, 욕실이 1개 딸린 모습이었다. 거실에는 정돈된 쇼파와 TV가, 방에는 2인용 침대와 붙박이장이 있었다. 주방에는 ㄱ자 모양으로 배치된 싱크대와 4인 식탁, 건조기가 준비돼 있었다. 다만, 이러한 가구는 입주자에게 제공되는 항목이 아니다.

객실 내부에는 동작감지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동작감지센서는 입주자가 방에 들어온 뒤 쓰러지는 등 움직임이 없는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비상 시에는 관계자가 방문할 수 있게 했다.

안방 침대 위에 달린 손바닥만한 기계는 수면 질과 맥박, 스트레스지수, 실내 온·습도 등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KB 측은 입주민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일주일 단위로 통계를 내고,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땅집고] '평창카운티' 월세 및 공동관리비.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는 보증금이 300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공동관리비와 월세를 합한 월 이용료는 290만원~ 429만원(1인 기준) 선이다. 의무식은 1인 60식(1식 1만원)이며, 커뮤니티비용은 없다.

■ 2~5층 객실·정원 인테리어 리모델링 완료…일부는 재활용

대부분 실버타운이 새 건물에서 시작하는 것과 달리, ‘평창카운티’는 기존 노인복지주택으로 지어진 건물을 재활용한다. 객실 화장실, 바닥 등 일부 인테리어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다만, 개·보수가 필요한 부부에 대해서는 적극 개조했다. KB 측은 객실 내 보다 실버타운 입주자들이 공용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커뮤니티 공간은 전체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입주자 편의를 위한 공간은 객실부에서도 나타난다. 객실 복도 전체를 카펫으로 마감했으며, 엘리베이터 앞에는 분리수거 공간을 조성했다. 객실 현관에는 접이식 목조 의자를 달았다.

[땅집고]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만든 시니어타운 '평창카운티' 2층 객실부 복도. /김서경 기자


■ 2006년 지어진 최고급 실버주택, 17년만에 제 기능한다.

이 건물은 준공 17년 만에야 제 역할을 한다. 2006년 당시 ‘아너스벨리’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준공 당시엔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 근린생활시설로 쓸 수 있었던 곳이나, 이듬해 노유자시설(유료 노인복지주택)로 용도변경했다. 하지만 실버타운 문화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탓에, 실제 실버타운으로 활용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건물은 올 초까지 학생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세입자를 받아 왔다. 일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처럼 쓰였던 셈이다. 다양한 크기의 원룸과 투룸을 갖췄다.

그러다 이 건물은 올해 초, 실버산업 진출을 준비하던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의 눈에 들면서 다시 제기능을 하게 됐다. 이지스 측이 요양시설 운영 경험이 있는 KB금융에 실버타운 운영을 제안하면서 ‘평창카운티’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지스는 올 3월 토지와 전 호실을 매입 과정을 마쳤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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